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이 분석한 결과, 올해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규모는 94억 달러(약 11조1000억 원)로, 지금까지 최대였던 2018년의 65억 달러를 넘어섰다.
바이오 관련 주가도 들썩였다. 이들 기업은 기업공개(IPO) 첫날 주가가 평균 34% 뛰며,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첫날 기준으로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2% 상승하며, 뉴욕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 상승률 4%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바이오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여기다 각국 정부가 백신 개발에 자금을 더 지원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도 자금의 쏠림을 낳았다고 WSJ는 분석했다.
바이오 분야로 쏟아져 들어오는 자금에 힘입어 기존 상장 기업들도 전례 없는 규모로 신주 발행에 나섰다. 딜로직에 따르면 이미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만 해도 320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현재 임상시험의 최종 단계에 돌입한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경우 올 초 70억 달러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300억 달러로 불어났다.
다만 바이오 기업들의 ‘스타덤’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바이오주는 핵심 약품의 성공 혹은 실패에 의존하는 특성상 변동성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바이오주에 대한 일부 장기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급등에 우려를 나타내며 “약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백신 임상시험이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시장의 열광은 과장됐다는 평가다. 백신 연구가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재까지 초기 단계를 넘어선 후보물질은 소수에 불과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약품의 70%가 안전과 복용량을 시험하는 1단계에 들어갔고, 단지 3분의 1이 2단계를 통과한 상태다. 최종 승인을 얻은 건 더 적었다. 보통 1단계 연구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후속 임상시험에는 수년이 걸린다.
마셜 고든 클리어브릿지인베스트먼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연구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열기를 두고 “미쳤다”면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IPO에 많이 투자하지 않는다. 강력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