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갤럭시 홈 미니’의 출시가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공식석상에서 첫 공개 이후 베타 테스트까지 거쳐 올해 내 판매가 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공식 카탈로그에서 제품 설명이 삭제되는 등 출시 일정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후발주자들이 AI 스피커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가운데, 삼성 역시 시장 진입을 재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홈 미니는 지난달 7~8월 B2C 모바일 부문 카탈로그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날 현재 삭제된 상태다. 스마트 홈 컨트롤, 스마트폰 연동 기능, 360도 사운드 등 갤럭시 홈 미니 기능이 설명된 페이지는 물론, 목차에서도 갤럭시 홈 미니가 포함된 IoT(사물인터넷) 항목이 통째로 사라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홈 미니는 공식 카탈로그 3·4월호, 7·8월호에 실렸다. 7·8월호에서 현재 삭제된 것은 맞는다”며 “카탈로그 등재와 삭제가 출시 일정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출시 일정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갤럭시 S20이 발매된 후 (갤럭시 홈 미니가) 고객들에게 사은품으로 지급됐고, 사은품 정보를 안내하는 차원에서 카탈로그에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빅스비 개발자데이’에서 갤럭시 홈 미니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후 올해 상반기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올해 초 그랑데 AI 출시행사에서 유미영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 상무가 갤럭시 홈 미니를 한 번 더 선보이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에 갤럭시 홈 미니를 출시하고, 미국 등 다른 나라로 판매처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시 예정 시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불투명해졌다. 이 시기 미국 IT 전문매체 BGR 등 각종 외신은 삼성전자가 해외 공식 홈페이지에서 갤럭시 홈 미니와 관련한 항목을 삭제한 사실을 보도하며 출시 지연 혹은 무산설에 힘을 실었다.
이후 아직까지 공식 출시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AI 스피커 시장 진입 자체를 재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에선 아마존이 시장 점유율 23.5%로 1위를 차지했고, 구글(19.3%), 바이두(14.6%) 등이 뒤를 이었다. 알리바바(12.6%), 샤오미(11.3%)까지 합치면 5위권까지 모두 미·중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중 상위 업체가 과점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다. 더욱이 국내 AI 스피커의 경우 언어 장벽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선 유의미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후발주자로 나선 MS도 하만 카돈과 제휴해 선보인 AI 스피커 '인보크'에서 자사 소프트웨어 '코타나' 지원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 홈 미니의 출시 지연이 해당 기기에 탑재되는 AI 비서 '빅스비' 전략 수정과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빅스비가 여전히 갤럭시 에코 시스템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