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열차로 하동ㆍ구례 찾아..."읍면동 단위까지 특별재난지역 지정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집중호우 피해 현장을 연쇄 방문하며 현장 민생행보를 펼쳤다. 현직 대통령이 같은 날 영남과 호남 지역을 모두 돌며 피해복구와 지원을 독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 불안 등으로 흔들리는 민심을 수습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들어 부동산발 민심이반의 진원지인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하며 인적 쇄신의 의지를 보였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는 점도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첫 번째 방문지인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점포들을 둘러보며 "상인들에게 누가 될까 봐 그동안 오지 못했다"며 위로를 건네고 "생업이 막막해진 상태인가. 사시는 곳은 어떤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한 식당 주인이 "상인들이 잠을 못 잔다"고 하자 손을 잡았다.
문 대통령은 윤상기 하동군수로부터 피해 현황 보고를 들은 뒤에는 "TV를 통해 봤지만 직접 와보니 피해가 얼마나 큰지 생생하게 느껴진다"며 "대통령의 현장 방문도 부담을 주거나 누가 되지 않을까 망설여지는 면이 있는데 직접 와야 재정지원도 속도를 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빠르게 지원이 되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을 실감했다. 속도감 있는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주민들이 참담한 상황을 이겨내도록 하동군이 이끌어달라"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화개장터는 영호남 화합의 상징이다. 온 국민이 화개장터의 피해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에 39사단이 지원근무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제가 39사단 출신"이라고 해 현장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행사장에는 이곳이 지역구인 미래통합당 하영제 의원과 이정훈 경남도의원도 현장을 찾았으나 문 대통령과 주민들과의 간담회장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한 여성은 "지역구 의원도 간담회에 못 가는데 대통령이 왜 오나. 독재가 따로 없다"고 고함치며 항의해 소란이 벌어졌다.
항의가 이어지자 청와대 측은 '현장 인원 최소화에 따라 경남도지사도 참석자 명단에서 빠졌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집중호우 피해 지역 방문은 귀경 시간까지 포함하면 9시간이 넘는 강행군이다. 청와대 따르면 이날 이후 이동 거리만 767km에 달한다. 그리고 수석급 이상 장관급 참모진을 제외하고 비서관급으로 최소 인원만 수행토록 하는 의전 파괴 일정이다. 또 시간을 아끼고 현장에 충실하기 위해 이동 중에 보고를 받았고 식사도 열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특별재난지역 지정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민생을 챙기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재난지역으로 이동하는 열차 안에서 현황보고를 받은 뒤 "어쨌든 신속하게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서 지원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며 세부 단위 지정 검토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을 선정할 때 시·군 단위로 여건이 안 돼도 읍·면·동 단위까지 세부적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소규모 지역사회 단위로 피해가 집중된 곳들이 요건에 해당되지 못해 재난지역 지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살피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사람'을 챙기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민심을 보듬는 데 집중했다.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게는 "인명피해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고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신체적으로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무리가 가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보건연구원장에게는 "코로나 방역이 느슨해질 수 있으니 잘 챙겨 주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방문 자체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워했다. "한창 피해복구 작업을 하는데 영접 또는 의전적 문제로 장애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방문을 망설였다"면서도 "워낙 피해 상황이 심각해서 대통령이 가는 것 자체가 격려가 될 수도 있고, 행정 지원을 독려하는 의미가 있어 방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