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
코로나19에 홍수 재앙까지 이어지면서 목도한 섬진강의 범람은, 마치 굽이굽이 한서린 사연이 폭발해 넘쳐나는 것만 같았다. 함께 가도 부족할 이 시기에, 양쪽으로 갈라져 그 양끝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작금의 세태를 쓸어버리겠다는 경고처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나름 성공한 인생의 사람들이나 성공한 사업가들을 보면, 처음부터 능력이 출중했다기 보다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식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위기의 기업을 살리고 다시 일어날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정부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을 ‘보완’이라고 보는 이유이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그 좋은 제품을 팔 수 있는 마케팅이 부족하고 판로를 안가지고 있다면 이를 보완시켜야 하며 제품을 양산할 자금이 부족하면 이를 해결해야 제품을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6월 4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지 일주일만에, 매년 차 수백만대를 파는 현대자동차의 시가 총액을 넘어서기도 했던 미국 스타트업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38)의 사례가 이를 잘 나타내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수소 트럭 시대를 연 ‘니콜라’는 트레버 밀턴이 몇 번의 사업 실패 끝에 다섯 번째 세운 회사이다. 그는 20대 때 ‘알람 딜러샵’ ‘인터넷 쇼핑몰’등을 창업했지만 가족의 돈까지 모두 날리는 실패를 했다. 그렇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천연가스 에너지 인프라’회사를 세워 몇 년 뒤 미국의 철강기업에 매각했고 그 돈으로 ‘니콜라’를 다시 창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밀턴은 ‘실패 경험을 쌓았기에 회사를 이렇게 키울 수 있었다’며 ‘기업가’란 ‘안된다’는 말을 듣고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니콜라의 성공 비결로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수소 트럭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가진 다른 기업들과 모두 손을 잡은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어떤 정책을 세울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의 뜻을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때 그 정책은 꼭 만들 수 밖에 없는 법이 될 수 있으며, 그리고 그 가치에 맞는 정책의 기초 방향 틀 안에서 세부안이 나와야, 그 정책이 백화점에 그냥 진열된 상품처럼 전락하지 않는 것이다.
2014년부터 ‘재도전 정책’은 막힌 것을 뚫어주고 부족한 것을 보완해주는 방향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걸림돌이 되는 근원적인 규제를 풀지 못하고 임시 방편 처방만 하다 보니, 재도전 정책이 백화점 진열대 위를 벗어나지 못한채 상품만 계속 갈아치우는 듯한 형태가 될 수 밖에 없었고 성공 모델이 나오기 어려웠던 이유이다.
최근 소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재기지원과가 재도약정책과로 바뀌고 국회에서 재도전 지원 관련 법 제정과 개정 논의가 활발한 점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다. 재도전 지원법 중 꼭 필요한 항목은 ‘재도전 네트워크 활성화 민간 협의체’ 구성과 ‘범 부처 통합 지속성장 재도약 위원회’ 구성이다. 이는 재도전 정책의 가장 핵심 요소인, 범부처 통합 선순환 프로세스와 부족한 부문의 보완, 협업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때문이다.
기업 활동은 금융위, 기재부, 산자부, 고용노동부, 행안부등 전 부처에 연계돼 있는데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창업진흥원등 재도전 정책 관련 부처와 기관의 노력만으로, 위기의 기업을 살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줄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규제가 풀린 대기업 지주회사의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허용을 보면서, 갈 길이 멀지만 재도전 정책도 정부 주도형에서 시장 주도형으로 전환될 수 있을 때 성공 모델이 다양해질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