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2’ SK하이닉스 부진에 시총 격차 3조 대로 좁혀져…이익 차이에 당분간 수성 가능성도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2위 자리 경쟁의 막이 올랐다. 굳건했던 ‘넘버2’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주가가 주춤하면서 주도주로 떠오른 경쟁자들의 턱밑 추격을 받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0.62% 하락한 8만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58조3858억 원으로 3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52조9320억 원)와의 시총 격차는 5조45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37조7673억 원이던 시총 격차가 약 7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앞서 12일에는 이 둘의 시총 격차가 3조1911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4월 이후 시총 2ㆍ3위의 격차가 이 정도로 좁혀진 적은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바이오ㆍ2차전지·인터넷 업종 대표주들이 속도를 내면서 SK하이닉스 자리를 노리기 시작했다. 특히 7일 LG화학이 시총 50조 원을 넘기면서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와 함께 시총 ‘50조 클럽’에 가입했다.
다른 기업과 달리 SK하이닉스가 시총 50조 클럽에 있는 것은 굴욕이다. 올 초 대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4.76%, 네이버는 63.53%, LG화학은 120.47% 주가가 치솟았다. 이 기간 SK하이닉스는 주가가 14.77% 빠지며 이들에 추격 기회를 줬다.
SK하이닉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 2위 대결은 ‘개미’와 ‘외세’의 싸움이다. 올 초부터 개인투자자는 SK하이닉스를 2조868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외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1510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시총 2위 후보로 밀고 있다. 네이버와 LG화학은 올해 개인이 각각 1조2947억 원, 3442억 원 사들인 종목들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 전망은 당분간 밝지 않다. 당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서버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컸으나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날 도이체방크는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경쟁사인 마이크론에 대해 수요 부진 등 이유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목표주가와 함께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5조 원에서 1.2조 원으로 낮췄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하는 이유는 3분기 데이터센터용 시장 수요가 더욱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페이스북과 알파벳(구글)은 2분기 시설투자를 전 분기 대비 각각 8.5%, 10.2% 줄였고 글로벌 업종 대표기업들의 가이던스나 최근 매출도 부진했다”고 짚었다.
다만 시총 2위 후보들이 이익 측면에서 SK하이닉스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단기간 2등 교체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6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LG화학은 약 2조 원, 네이버는 1조 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700억 원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오로직스, LG화학, 네이버는 ‘충분히 이익을 내기 전에 먼저’ 시총 2위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온 데는 개인들이 촉발한 모멘텀 장세에 힘입은 바가 컸다”며 “분명히 잠재력이 있는 주식들이지만 지금 당장 시총 2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아직 이익 규모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