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묘역서 무릎꿇은 김종인…목메어 "부끄럽고, 죄송하고, 용서구한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들에게 무릎꿇고 사죄했다. 과거 5·18 부정과 왜곡 등을 반성하고 나아가 ‘국민통합, 모두 함께 미래로’라는 슬로건을 통해 진정한 통합을 약속하기 위해서다.

김 위원장은 19일 당 관계자들과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울먹이며 “5·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서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면서 “아물지 않은 상처 보듬고 살아가는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미약한 발걸음이 과거 아니라 미래로 나가는 작은 계기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선 “위법행위에 직접 참여한 것도 문제이지만, 알고도 침묵하고 눈감은 행위,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은 소극성도 작지 않은 잘못"이라며 "역사의 법정에서는 이것 또한 유죄”라고 반성했다.

또 “특히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어긋난 사람들에게 우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며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대해 당 책임자로서 사과 말씀 드린다”고도 말했다.

김 위원장은 “6·25 전쟁 당시 북한군 총칼에 할머니를 잃고, 학살을 피해 밤마다 거처를 옮기며 지내야했다. 바람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시간, 쫓기는 자의 공포, 고립된 자의 좌절을 알고 있다”면서 “1980년 5월 광주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 후 호남 주민들이 겪었을 고립과 슬픔도 그런 감정 못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화해와 통합도 강조했다. 그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적지 않은 희생과 고통이 따른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게 아직 상처로 남아 아직도 낡은 이념대립을 계속하며 사회통합과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역사의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되지만, 권력자의 진심 어린 성찰을 마냥 기대할 수 없는 형편에서 그 시대를 대표해 제가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역임 당시인 4년 전에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도 당의 불모지인 호남 민심 다지기 행보를 이어간다. 금남로 5·18 민주광장을 방문하고 광주 지역 소상공인, 5·18단체 간담회 등을 통해 민심 파악에 나선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면담도 예정돼 있다.

김 위원장은 "추후 통합당이 호남에 대해 어떤 정책적인 접근을 할지에 대해서 제시를 할 것"이라며 "다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확실한 당의 정책 체제가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