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세계 최초 국내 연안서 이내비게이션 상용화
홍순배 해양수산부 첨단해양교통관리팀장은 18일 이투데이와 만나 "해상 아날로그 시장에서는 선진국에 종속됐지만, 해상 디지털 시장에서는 선도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육상에서는 내비게이션 기술이 보편화해 있지만, 해상에서는 현재 항해사들이 레이더나 맨눈으로 확인하면서 항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선박 운항 여건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내년부터 세계 최초로 해상 이내비게이션을 도입하는 나라가 된다. 올해 4000척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1만5500척에 이내비 단말기를 보급하면 우리나라 연안을 다니는 대부분 배에서 자동차처럼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내년 1월 30일 지능형 해상교통정보법이 시행되면 이후 건조되는 선박에는 의무적으로 이내비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내비게이션은 단순히 항로를 안내하는 역할에서 끝나는 건 아니다. 홍순배 팀장은 "아날로그 장비 시대에는 우리가 세계시장에 못 나갔다. 조선업은 세계 1~2위지만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외국 배의 건조를 수주하면 외국 선주가 와서 전자해도는 노르웨이, 레이더는 일본제품을 지목한다. 거기에 우리나라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해양의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이다. 해상에서는 안전관리, 항만, 물류업체, 선사가 같이 움직인다. 이내비 단말기는 선박의 초연결 플랫폼이자 해상 사물인터넷(IOT) 기반이다. 고수온과 적조 등 해양물리정보와 해상 상황의 빅데이터 산출도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육상과도 연결할 수 있다. 향후 자율운항 선박도 이내비게이션으로 초연결 되는 인프라 기반에서 운영될 것이다. 홍 팀장은 "해상안전과 효율은 현재 트레이드 오프 관계이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되면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어 모두에게 이익과 혜택을 줄 수 있고 상충하는 갈등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 달 8일, 9일 양일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제4회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내비게이션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다. 홍 팀장은 콘퍼런스에서 이내비게이션과 자율운항 선박, 스마트 물류 등을 포함한 테스트베드 국제협력을 한국이 주도할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실 해역 테스트를 통해 한국형 이내비게이션의 경쟁력을 선보이고 개도국의 참여로 국제적 확산에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이 과정에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수로기구(IHO) 간의 이내비게이션 작업반 의장을 역임했던 홍 팀장의 네트워크 역량을 최대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자율운항과 스마트항만 등이 계속 나오고 트랜드가 이내비게이션에서 자율운항 선박으로 방향이 바뀌는 국제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운항 선박 논의 주도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노르웨이 등 선진국 중심의 협의체에 우리나라도 참여하라는 연락이 왔다. 이에 홍 팀장은 "자율운항 등 신기술 도입을 위해서는 해상에서 실질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LTE-M 통신망 및 이내비 플랫폼 테스트베드 선박 등을 포함하는 실 해역 테스트베드 협력을 협의체 문구에 추가시키고 협의체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스트 베드의 주도는 국제적으로 볼 때 자율운항 선박 분야에서 한국의 브랜드와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홍 팀장은 인터뷰 동안 기자에게 많은 것을 전달하고픈 심정에 많은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지면상 다 담지는 못했다. 다만 홍 팀장이 "타이밍이 중요하다. 해양디지털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서비스를 활성화 시키고, 디지털 기술 우위를 지속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본 게임"이라고 말한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는 "현재 미국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대부분 플랫폼 기업인데 해상 디지털 플랫폼을 선점하면 우리 기업들이 해양 디지털 시장을 충분히 선도해 나갈 수 있다"며 "물론 이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내년부터 국내, 국제적으로 처음 시행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어 내년이 힘겨운 한 해가 될 수 있다면서도 향후 5년 후면 해상에서 엄청난 변화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