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하락에 미·중 무역전쟁 확대… 경영 계획 재검토
20일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D램 가격 하락 등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다”며 “SK하이닉스 역시 하반기 경영 계획 수정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 및 생산능력 확대 계획 등을 꼼꼼히 살핀 후, 비상 대응 전략을 마련해 향후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D램 점유율 30%를 회복하고, D램 영업이익률 35%를 기록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언택트(비대면) 효과로 인한 서버와 클라우드 수요 증가 덕을 봤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하반기 들어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서버용 D램(32GB) 가격이 6월보다 6.39% 하락한 134달러를 기록했다. 서버용 D램은 작년 4분기부터 꾸준히 상승해왔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엔 재택근무, 온라인교육 등 서버와 클라우드 수요가 늘며 서버용 D램 가격도 치솟았다. 올 6월 서버용 D램 가격은 143달러였다.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 7월 고정거래가격 역시 전달보다 5.44% 떨어진 3.13달러를 기록했다. D램 고정거래가가 하락한 것은 9개월 만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출하량 정체와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며 “D램 공급 업체는 수익성 악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올 3분기 서버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4.9%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기존 전망치(0.8% 감소) 대비 하향조정된 수치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3분기 서버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클라우드사의 평균 D램 재고는 5월 4∼5주에서 8월 7∼8주까지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2분기 반도체를 많이 판매한 게 3분기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205%에 달했다.
코로나19로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 되면, 물량을 공급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서버 업체들이 대규모 구매에 나선 결과다.
반대로 지금은 서버업체들이 제품을 쌓아두고 가격 협상에 나오고 있다. 가격 협상의 주도권이 옮겨가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아울러 기업들의 서버 투자 역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올해 전 세계 D램 설비 투자 비용이 작년과 비교해 20%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올해 D램 설비 투자 비용이 151억 달러(약 17조8000억 원)로 작년(191억 달러) 대비 20%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설비 투자가 작년 대비 21% 줄고,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38%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IC인사이츠는 “올해 D램 시장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공급 업체들은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매우 신중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도 큰 변수다. 기존에는 화웨이가 설계한 칩을 미국 장비로 생산했을 때만 제재를 받았는데, 앞으로는 화웨이가 설계하지 않은 칩을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도 제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생산에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 램리서츠 등의 장비가 필수라 SK하이닉스도 제재 범위에 포함된다. 화웨이는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 중 하나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삼성전자와 달리 사업 포트폴리오가 반도체 단일 구조다. 게다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에 집중돼 있다. 화웨이 추가 제재가 한국 반도체 회사에도 영향을 미치면 고스란히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올 상반기 서버와 클라우드 수요 증가에 따른 반도체 사업 호황으로 버텼지만,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는 3분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미국의 화웨이 제제 확대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더 큰 타격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