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 전년 역성장에서 반등 성공
기상청이 올여름을 ‘역대급 폭염’으로 잘못 전망하면서 계절가전 맞수인 파세코와 신일전자(신일)가 호실적을 달성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세코와 신일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28.9% 증가한 1001억 원, 878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파세코가 전년 동기 대비 300% 증가한 76억 원, 신일은 145.5% 늘어난 54억 원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시장이 침체된 속에서도 계절가전 라이벌인 두 업체가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껑충 뛴 실적을 냈다.
실적을 견인한 대표적인 요인으로 ‘이른 더위’와 ‘기상청의 틀린 예보’가 꼽힌다. 신일은 지난해보다 올해 더위가 일찍 찾아본 것이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에는 7월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면 올해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진 황금연휴 기간부터 이른 무더위가 찾아왔다.
상반기 기준 신일전자의 전체 매출액에서 선풍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76.66%다. 신일은 상반기 선풍기 제품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8% 늘었다. 신일 관계자는 “선풍기 같은 제품은 예보에 영향을 받기보다 실제로 더워야 사는 제품”이라며 “이른 더위가 호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파세코는 기상청이 평년보다 더운 여름을 예보한 게 창문형에어컨 판매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5월 올해 6~8월 여름 기상을 전망하면서 평년 기온인 23.6도보다 0.5~1.5도, 작년 24.1도보다는 0.5~1도가량 높을 것으로 예보했다. 또 올여름 폭염 일수는 20~25일, 열대야 일수는 12~17일로 평년보다 두 배 이상 많겠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예보에 창문형 에어컨을 찾는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맞물려 파세코는 지난해에 이어 창문형에어컨을 업그레이드해 4월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으로 선보였다. 파세코는 4월 2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 창문형에어컨 예약판매에서 전년 동기간 대비 2배 이상 주문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내수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99%인 신일와 달리 파세코는 지난해 기준 수출 비중이 23.8%에 달한다. 파세코의 주요 수출 제품은 석유스토브(난로) 등 겨울 가전이 꼽힌다.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파세코의 수출은 타격을 받았다. 상반기 전체 매출액인 1001억 원에서 수출액은 57억 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수출액보다 46% 감소한 규모다.
파세코는 한샘, 삼성, 코웨이 등 기업에 의류관리기, 가스쿱탑 등 빌트인가전을 납품하고 있다. 이 같은 B2B 사업 위주에서 B2C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파세코는 최근 B2C 제품으로 미니김치냉장고 및 세탁기, 보디드라이어 등을 선보였다.
신일은 올해 61년 만에 사명을 바꾸면서 종합가전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일은 2015년 이후 5년 만에 지난해 역성장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파세코에게 역전당했다.
정윤석 신일 대표는 “여름가전뿐만 아니라 이후 실적 성장을 위해서 난방가전, 생활가전에서도 호실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