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이후 줄곧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를 기록하자 정부는 19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정부는 이번 주 중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고려 중이다. 사실상 사회·경제적 활동이 봉쇄되는 3단계가 시행될 땐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국민의 고통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2차 재난지원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히 2차 재난지원금을 1차 재난지원금과 같이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하는지, 혹은 소득 하위 50%에게만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하는지 등 '방법론'에 관해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막상 여론은 '2차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에는 인식은 함께 하면서도 '보편 지급'과 '선별 지급'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앞서 리얼미터가 25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6%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다만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찬성한 답변을 지급 대상으로 나누면 '전 국민 지급'(보편 지급)은 40.5%, 선별 지급은 36.1%로 팽팽한 결과가 나왔다.
2차 재난지원금은 과연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효과가 있을까. 그리고 준다면 누구에게 지급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경제 전문가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공정'의 문제…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해야"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2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컸을 뿐만 아니라 보편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
강 교수는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의 대표적 기준인 '소득 하위 50%'를 예로 들었다. 그는 '소득 상위 50%' 계층의 경우 사실상 세금을 다 내지만 소득 하위 50% 계층은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다 어려워졌는데 평소에 세금을 많이 내던 이들을 돈이 많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면 납세 의욕이 많이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서도 납세를 하는 계층이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계층의 근로소득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근로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3% 감소했으며, 소득 1분위부터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모두 감소했다. 이처럼 모든 계층의 근로소득이 동시에 줄어든 것은 2003년 통계 작성이래 처음이다.
강 교수는 "50%를 정확하게 선별할 수 없다"며 "선별하는 기준에서 ±10% 되는 사람들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원금 지급으로 51% 계층보다도 50% 계층의 소득이 높아질 수 있다"며 "상당히 많은 사람의 소득이 역전돼 불공정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별적 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소득이 역전되거나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하는 국민이 많이 생기면 국민 전체의 단합을 깨뜨리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세금을 늘려서 복지를 더 늘리자는 주장을 국민이 싫어하게 된다"라며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취약 계층이 받는 금액이 점점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보편적으로 지급할 경우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무이자로 국채를 발행해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인수시키면 된다"며 "수십 년 뒤에 천천히 갚거나 나중에 경기가 회복됐을 때는 국채를 발행 안 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미 1차 재난지원금으로 재정 악화…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응력 높여야"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차 재난지원금을 통해 이미 재정을 많이 사용했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할 때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 교수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이미 재정 여건이 나빠져 있다"며 "(보편적 지급을) 반복하는 것은 상당히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5월 전 국민에게 지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14조3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부담분을 제외한 12조2000억 원을 중앙정부인 기획재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마련했다. 게다가 3차 추경 후 기재부가 발표한 국가 채무는 839조4000억 원으로, 국가채무비율은 43.5%를 기록한 상황이다. 만약 2차 재난지원금을 1차와 마찬가지로 전 국민에게 지급할 땐 국가채무가 853조7000억 원까지 불어나게 된다.
또한, 성 교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그는 "1차 재난지원금은 소비 진작 효과가 있다기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본다"며 "소비 진작 효과를 노리고 재난지원금을 추진하는 거면 소비 진작은 안 되는 상태에서 감염 후 확산만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 진작 효과가 없다면 소득이 낮거나 취약계층이거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계층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을 하는 게 맞다"며 "선별적으로 지급할 경우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면서도 현재 상태가 장기화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급 방식에 대해선 "국민에게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선 정도에서 지원하되 감염 확산 통제를 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영업을 못 하게 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하거나 소득 분위가 낮은 이들에게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난지원금 지급 외에 금융지원 부분에 재정을 투입하는 부분도 가능하다"며 "사회보험료 등을 일정 부분 감면해주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