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후발주자, 기술력 고도화로 해외 진출 나선다

입력 2020-08-26 13:47수정 2020-08-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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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장벽 낮아 시장 참여 줄이어…성능ㆍ편의성 개선으로 기술력 끌어올려 경쟁력 우위 확보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진단키트 후발주자로 나선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기술 고도화로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진단키트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아 소규모 바이오 업체부터 대규모 제약회사까지 다양한 플레이어가 진출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선발주자인 씨젠이 압도적인 점유율(75%)을 차지하는 만큼 후발주자로 나선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린다.

후발주자가 많아지자 진단키트 단가는 내림세를 그리는 등 벌써 시장 포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26일 관세청이 집계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월별 수출금액을 보면 4월(2억6706만 달러) 정점을 찍은 후 5월 -15.4%, 6월 -19.5%로 전월 대비 줄다가 7월에는 1억3664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후발 업체들은 기존 플레이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성능과 편의성을 높이는 등 기술력 고도화를 꾀하고 나섰다.

GC녹십자엠에스는 항체진단키트 2종과 분자진단키트 1종을 출시한 데 이어 현장진단(POCT) 분자진단키트(GENEDIA W COVID-19 Colorimetric LAMP premix kit)’를 개발해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출용 허가를 획득했다.

분자진단은 정확도가 높은 대신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GC녹십자엠에스의 현장진단 분자진단키트는 시료 채취부터 결과 분석까지 걸리는 시간을 1시간 내로 줄였다. 또 ‘컬러매트릭’ 기술을 적용해 바이러스 유무를 시약의 색상 변화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기존 분자진단키트와 달리 대형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GC녹십자엠에스 측 관계자는 “가장 정확도가 높은 분자진단법을 사용했음에도 대형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검사 결과도 빨리 나온다는 게 장점이다. 대형 장비를 갖추기 어려운 국가에는 이번 현장진단 분자진단키트를 사용하고, 또 국가별 사정에 따라 항체진단, 분자진단 키트를 제공해 수요에 따른 진단키트 제품군을 강화했다. 10월에는 항원 진단키트 수출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젠큐릭스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유전자 증복(RT-PCR) 분자진단 방식을 활용한 ‘진프로 코비드19 진단키트(GenePro SARS-CoV-2 Test)’의 긴급사용 승인을 획득했다. 이후 이달 미국 ‘프로제니터MDX(Progenitor MDX)’와 3600만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샘플 계약인 만큼 초도 물량은 적지만, 추후 물량을 지속해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젠큐릭스의 ‘진프로 코비드19 진단키트’는 기존 진단키트가 한 번에 96개 샘플을 검사하는 것과 달리 한 번에 384개의 샘플을 검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젠큐릭스 관계자는 “한정된 시간 안에 대량으로 검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진단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키트 기술력이 없는 제약업체들은 바이오 업체와 손잡고 시장에 진입한다. 바이오 업체의 기술력과 제약업계의 해외 유통망이 만나 시너지를 노리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암 조기진단 전문업체 지노믹트리와 손잡고 분자진단 키트 ‘아큐라디텍(AccuraDtect SARS-COV-2 RT-qPCR Kit)’을 개발했다. 아큐라디텍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시 일반적으로 검출하는 N2 유전자 외에 감염 세포 내 가장 많이 존재하는 리더 서열(Leader sequence)을 겨냥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지노믹트리 측 관계자는 “리더 서열을 보고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할 때 정확도가 높아지는데, 리더 서열을 보고 진단하는 키트는 국내에서 처음 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지노믹트리와 손잡고 아큐라디텍을 이어 업그레이드 버전의 진단키트 출시를 준비 중이다.

대웅제약은 해외 지사법인과 파트너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큐라디텍의 해외 허가승인 확대를 추진한다. 미국, 중남미, 중동 등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허가신청 및 수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큐라디텍은 현재 유럽 CE-IVD 인증, 페루, 싱가포르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셀트리온도 진단기기 전문기업인 BBB와 손잡고 항원 POCT(현장진단용 키트) 제품 ‘샘피뉴트(Sampinute)’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거쳐 이달 현지에서 판매된다. 샘피뉴트는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감염 초기 환자들을 선별하는 항원 진단키트로, 휴대용 장비를 이용해 진료현장에서 곧바로 검체를 검사하고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육안으로 식별하는 RDT(신속진단키트)보다 민감도가 뛰어나 분자진단인 유전자 증폭 방식(RT-PCR)보다 95% 이상의 높은 민감도를 보여준다.

후발주자들이 기술 고도화를 바탕으로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자 씨젠은 9월 중 진단키트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는 등 선발주자도 대응에 분주하다.

업계 관계자는 “진단키트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가 늘면서 단가도 초기보다 많이 내려가는 등 시장이 포화라고 하지만, 마진율 30%를 유지하는 등 수익성은 좋은 편이다. 또 코로나19로 기존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업체들은 제품 개발 장벽이 낮은 진단키트로 새로운 수익을 낼 수 있고, 해외시장에서 진단키트로 인지도를 올리는 것이 기존 사업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신규 플레이어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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