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0명 무더기 기소
불법 대출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준원(46) 상상인그룹 대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유 대표의 변호인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2015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코스닥 상장사들을 상대로 사실상 고리의 담보대출업을 하면서, 겉으로는 상장사들이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해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파악한 허위공시 관련 상장사 CB는 9개사 623억 원 규모다.
또 유 대표는 2017년 7월 개인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상장사에 대해 호재성 허위 외관을 만든 뒤 주식을 처분해 50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도 받는다. 2019년 3~5월 증권사 인수 등 상상인그룹 확장 과정에서 지주사인 상상인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도 있다.
변호인은 "시장 혼란을 초래할 만한 사기적 외관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며 "공시 과정에 오류가 있었더라도 이는 발행사의 책임이지 신용을 제공한 저축은행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사주 매입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검사가 의미를 부여한 것과 같은 시세조종의 의도는 없었다"며 "법리적으로도 엄격한 기준과 규율에 맞춰 통상적으로 진행된 자사주 매입은 시세조종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유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검사 출신 박모(50) 변호사 측도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박 변호사는 2015년 1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차명법인 7개와 차명계좌 30개를 이용해 상상인 주식을 최대 14.25%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2018년 3월~2019년 8월 상상인 주식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약 1년 4개월에 걸쳐 시세조종에 가담하고, 그 과정에서 차명으로 지배한 상장사 등 4개사의 자금 813억 원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
변호인은 "박 씨가 시장을 교란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이익을 취하려 했는지 검찰의 공소장 기재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유 대표와 박 변호사를 포함해 20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이날 피고인 중 의견을 보류한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혐의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