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광주 농협銀 리스크관리부장 "코로나 위기, 과거 리스크관리 관점 벗어나야"

입력 2020-08-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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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해양 빅배스 이후 리스크관리 인식 변화…체질개선ㆍ시스템 정비로 대반전"

▲김광주 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장은 20일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전통적 리스크관리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빅배스(Big Bath)’

NH농협은행의 리스크관리는 2016년을 기점으로 대반전을 이끌어 냈다. 당시 조선·해운업종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5조7000억 원대의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가 농협금융그룹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했다. 결국 농협은행은 대출채권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배스를 단행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대손충당금 1조3000억 원을 쌓느라 그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0% 급감했다.

그러나 빅배스가 곧 새로운 성장 발판이 되는 대반전을 이끌어 냈다. 2018년 농협은행 최초로 당기순이익 1조 원 시대를 열게된다. 농협은행의 빅배스는 금융권에서 높이 평가되는 대표적인 리스크 관리다. 이에 코로나19 사태로 은행권의 건전성 리스크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광주 NH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장을 만나 대응전략에 대해 짚어봤다.

“모든 위험에는 기회가 공존한다. 기본에 충실한 리스크관리를 실천하는 동시에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김 부장이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 끊임없는 점검과 개선을 추구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그는 1990년 농협중앙회로 입사 후 줄곧 여신·리스크를 담당한 리스크관리 전문가다. 2011년 농협중앙회 여신관리부 PF관리팀장으로 지낸 뒤 농협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리스크관리부 신용리스크팀장, 리스크전략팀장, 신용리스크관리 단장 역할을 했다. 올해 1월부터는 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김 부장의 리스크관리 지론은 올해 상반기 금융시장을 강타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효과를 봤다. 금융시장은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상황으로 연일 출렁였고 금융사들은 여파를 고스란히 맞게 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유동성 감독지표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100%에서 85%로 완화했고, 시중은행은 LCR을 종전 120% 수준에서 100% 안팎의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신한은행은 올 1분기 106.35%에서 99.15%로,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107.2%에서 올 2분기 말 97.8%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98.61%, 103.39%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농협은행의 유동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LCR은 104.53%로 시중은행을 웃도는 수치다. 시장 충격에 민감한 유동성과 시장성 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촘촘히 하고, 위기단계별 매뉴얼에 따라 조치사항을 철저히 지킨 결과다.

김 부장은 “제일 처음 충격이 온 유동성과 시장성 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했다”며 “시장 충격에 민감한 유동성과 시장성 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촘촘히 하고, 위기단계별 매뉴얼에 따라 조치사항을 이행했다”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시장 충격에 따라 내부적으로 주의-경계-심각 단계로 구분해 각각의 조치 사항을 매뉴얼대로 따르고 있다. 코로나 충격으로 지난 2월 말, 경계단계로 격상했다가 5월 들어 주의로 다시 낮췄다. 정부 당국의 유동성 지원 등에 따라 국내 자금시장이 다시 정상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향후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리스크 관리의 새판을 짜고 있다. 금융당국도 더욱 철저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그동안 감독 규제를 준수하고 각종 한도를 관리해왔던 전통적 리스크관리 관점에 그치지 않고, 산업 구조의 변화, 디지털 활용 확대 등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리스크관리 업무 역량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우선 산업 구조의 변화에 대응한 포트폴리오 전략 기능을 강화해 △고위험·취약산업에 대한 쏠림 방지 △우량여신 위주 취급을 유도하고 △정부 정책, 산업 구조 등 환경 변화에 따른 산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머신러닝 기반의 소매 조기경보모형 개발, 긍·부정 뉴스 등 비정형 데이터 분석을 통한 평판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리스크관리부에서 자체 개발한 RoRWA(위험가중자산이익률) 관리기법을 보완해 RoEAD(부도시 익스포져이익률)를 포트폴리오 관리에 본격 활용할 계획이다. RoRWA는 위험가중자산을 손익으로 나눈 값으로 BIS비율 관리지표로 활용된다. 농협은행은 독창적인 RoRWA 산출방법론을 개발해 2017년부터 경영 의사결정 전반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현재 추진 중인 바젤3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의 RoRWA 시뮬레이션 기능 강화 및 RoRWA 시산 기능도 개발 중이다.

김 부장은 “RoRWA·RoEAD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서별·자산별 목표 손익과 리스크량을 추정해 최적의 자산배분 전략 수립하고 이행할 것”이라며 “상호보완적인 RoRWA와 RoEAD 관리기법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과 더불어 익스포져의 효율적 양적 관리를 도모하겠다”고 했다.

농협은행은 바젤3 신용리스크 산출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지난해 9월 은행권 최초로 착수해 현재 통합테스트 진행 중이다. 바젤3를 도입하면 농협은행의 BIS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67bp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2023년 1월부터 도입 예정인 바젤3 운영·시장리스크 규제에 대응한 시스템 구축 및 관리체계 개선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농협은행은 특히 손실사건 누적 규모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도록 개편되는 운영리스크 규제 대응을 위해 전행 운영리스크 관리체계를 전면 개선했다. 12개 유관부서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화하고, 영업점 단위 운영리스크 종합 대시보드를 운영해 자발적 관리 역량을 제고했다.

김 부장은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회자되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대하는 농협은행의 태도 변화에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계기가 됐다는 빅배스의 평가를 놓고 “빅배스 이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리스크관리 제도 및 시스템 정비와 리스크관리 문화 확산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빅배스 이후 ‘편중여신 완화추진 TF’를 운영해 고위험 익스포져를 감축하고, 개별기업·계열에 대한 거액 익스포져 한도관리 기준을 강화했다. RoRWA(위험가중자산이익률)를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전략, 성과평가 등 경영 전반에 활용해 리스크 대비 수익성을 감안한 추진 문화를 정립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빅배스로 바뀐 리스크관리 문화 인식의 차이가 이번 사모펀드 사태를 비껴갈 수 있게 된 원인이라고도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해 사모펀드 사태 역풍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올해 충당금 부담도 한시름 덜게 됐다. 김 부장은 “빅배스 이후 리스크관리 중요성이 높아졌고, 전사업부서와 영업부서 직원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농협은행의 체질 개선은 ”무엇보다 경영진과 사업부서가 함께 고민하며 심기일전한 결과“이며 ”금융지주와 은행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영업점, 사업부서, 관리부서 등 조직 전반에 리스크관리 마인드가 녹아들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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