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브런치카페 오픈 30분만에 10여명 고객 북적…프랜차이즈 카페는 적막감이

입력 2020-08-30 15:42수정 2020-08-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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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커피전문점은 코로나19 청정지역인가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첫날인 30일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커피전문점들의 희비가 갈렸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여전히 고객들이 북적였고, 프랜차이즈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는 문구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 매장은 한산했다.

정부는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며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의 매장 영업을 사실상 중단케 하고 테이크아웃과 배달만 허용키로 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카페는 기존처럼 홀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음식점, 제과점은 9시 이후 야간 영업이 전면 금지되고 당구장,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혹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인지하지 못한 고객과 마찰이 생길까 테이블과 의자를 매장 한편으로 치우거나 안내문을 비치하고 카운터 앞에는 출입자 명부를 비치했다.

▲30일 오전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내부에 '매장 내 취식 금지'라는 팻말이 매장 내부 이용 제한을 알리고 있다. (김혜지 기자 @heyji)

◇코로나19에 개인 커피전문점만 북적 =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의 스타벅스는 휴일 점심시간임에도 적막감이 감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프랜차이즈 카페는 앞으로 1주일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1층 매장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자취를 감췄고 매장 한쪽에서 직원들이 아직 정리하지 못한 테이블과 의자를 한쪽 구석으로 포개 올리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같은 시각 바로 옆 개인 커피전문점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테이블에 줄지어 자리를 잡고 앉은 손님들의 상당수는 카공족이다. 일부 오픈형 테이블에도 전공책, 취업용 수험서, 커피잔, 랩탑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공부한 흔적이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개인카페는 영업제한에 적용받지 않아 북적였다. (박미선기자)
같은 날 영등포구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둔 두 카페의 이질적인 분위기는 수도권 전반에서 나타나는 것이리라. 도로변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지침이 발표된 28일부터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었고 매출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 카페의 이모 점장은 “우리 가게 대신 고객들이 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베이커리 카페나 개인 카페로 간다”며 “프랜차이즈만 단속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 카페와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개인 카페는 사정이 달랐다. 15평 남짓 되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지상 3층 규모로 매장 면적은 훨씬 컸지만, 개인 카페여서 규제를 피했다. 열 체크와 손 소독만 하면 오후 9시까지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24시간 할리스커피 매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면 통유리에 3층짜리 건물은 매대를 제외하고는 불이 전부 꺼져 있었고 테이크아웃을 기다리는 고객도 단 두 명뿐이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은 오히려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수혜를 적잖게 입을 전망이다. 카공족이나 연인들이 프랜차이즈 카페 대신 매장 이용이 가능한 카페를 찾는 사례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 인근에 위치한 한 커피 겸 브런치 카페는 이날 오픈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10여 명 정도의 고객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9시 이후 배달·테이크아웃 식당도 비상 = 오후 9시 이후로 식당 운영이 금지되는 식당 주인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이미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줄어든 매출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들을 덮쳤다. 마포구 대를 이어 설렁탕집을 운영해온 사장 박 모씨는 “우리 식당은 주로 택시기사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택시기사들에게 포장을 해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24시간 영업이 불가능해진만큼 손해가 커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동작구에 위치한 한식전문점에서도 일일이 출입자명부를 작성토록 하고 신분증까지 확인하며 고객 정보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점심시간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한 식당에는 서너 테이블에만 고객이 자리한 수준으로 상당수 테이블이 한산하기만 했다.

일부 식당에서는 긴급히 배달 대행업체 선정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이후 ‘귀하신 몸’이 된 배달대행업체 선정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기존 거래선보다 웃돈을 얹어 줘야 하는 상황에 계산기를 두드려 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본부들은 치킨이나 피자 등 배달이 보편화하지 않은 한식, 양식 등의 메뉴도 배달이 가능토록 배달용기를 매입하고 배달망 확충에도 나선 상황이다.

한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기존에 배달 위주였던 업종들은 기존 인프라를 이용하면 되지만 배달보다 홀 중심으로 운영해온 매장들은 용기 구매부터 배달 대행업체를 알아보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 실효성 여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터져나온다.

한 식당 주인은 “정부 정책을 바꿔 말하면 식당에는 저녁 9시 이후에만 코로나19가 찾아오고 개인 커피전문점은 비켜간다는 이야기냐”라고 되묻고는 “이런 반쪽짜리 정책으로 감염병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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