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확대 방침이 유예될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증시 안정을 위해 대주주 확대를 유예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금융당국은 이에 긍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계획을 고수하면서 이들과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3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내년 4월 이후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의 종목별 주식 보유액 기준이 현행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조정된다. 정부는 2018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주주 기준을 점차 낮춰 양도세를 내는 ‘슈퍼 개미’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되는 종목별 주식 보유액은 15억 원에서 올해 10억 원으로 내려갔고, 내년에는 3억 원으로 더 내려간다. 본인 외에도 배우자, 자녀의 보유분까지 합산하는 주식 보유액은 연말 결산일 기준이 적용된다. 올해 말 기준 종목별로 주식 3억 원 이상을 갖고 있으면 내년 4월 이후 매매부터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양도세 부담을 느낀 대주주들이 연말에 매도 물량을 쏟아내는 것은 증시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가 3조8275억 원을 순매도해 7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식 보유액 기준이 1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내려간 영향이 컸다.
올해는 주식 보유액 기준 조정폭(10억 원→3억 원)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슈퍼 개미’들의 연말 매도 강도가 작년보다 세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증시 불안에 ‘동학 개미’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정무위 전체 회의에서 “아직 이중과세의 논란이 되는 증권거래세 폐지 계획이나 손익통산, 이월공제의 법·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 대주주 기준만 대폭 낮춘다면 주식시장 충격과 함께 조세 저항만 심화될 것”이라며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 금융위원회가 정부 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해당 부분에 대해 기재부에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정부 내에서 강하게 노력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실제 금융위는 주식 보유액 기준 하향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을 기재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재부는 예정대로 대주주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7년 법 개정 때 이미 단계별 시간표가 예고된 데다 연말 개인의 주식 순매도 급증을 단순히 대주주 기준 하향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과세를 점차 늘리는 가운데 주식 양도세에 대해서만 ‘후퇴’하는 것은 소득 간 과세 형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