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수출 하루 26만4000배럴 그쳐…작년 평균치 대비 약 50% 급감
사우디의 대미 원유 수출이 8월에 하루 26만4000배럴에 그쳤으며 이는 작년 평균치 대비 약 50% 급감한 것이라고 1일(현지시간) CNN방송이 상품 리서치업체 클리퍼데이터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부 공식 통계에서도 해당 수치가 확인되면 사우디의 대미 원유 수출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인 1985년 이후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클리퍼데이터의 맷 스미스 상품 리서치 부문 이사는 “미국으로 향하는 사우디 원유 흐름이 기본적으로 메말라 붙었다”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침체한 에너지 시장을 되살리려는 사우디의 노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가 극도로 악화했던 최악의 시기인 3~4월 러시아와 대규모 유가 전쟁을 벌였다. 또 미국으로도 공격적으로 원유를 선적해 고비용의 셰일유 업체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려 했다.
불행히도 사우디의 이런 전략은 효과를 봤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4월 말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또 수십 개 미국 에너지업체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후 사우디는 러시아와 휴전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 OPEC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의 역사적인 감산을 끌어냈다. 글로벌 경제회복과 감산이 맞물리면서 WTI 가격은 4월의 배럴당 -40달러에서 이날 약 43달러로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외에도 사우디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대미 원유 수출을 줄이고 있다고 CNN은 풀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전부터 낮은 원유 가격을 선호했지만 올 봄 사우디가 펼친 유가 전쟁이 미국 석유회사에 피해를 주자 격분하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미국 셰일산업 개척자인 체사피크에너지 등 유명 에너지업체들이 파산보호 신세가 됐다.
그러나 사우디가 OPEC+ 감산을 주도하자 트럼프는 만족한 반응을 보이면서 사우디가 감산을 중개한 공로를 인정했다고 CNN은 전했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 대표는 “사우디의 대미 원유 수출 축소 전략에는 정치적 요소가 분명히 있다. 미국과의 파트너십 회복 의지를 보여주려 한 것”이라며 “유가가 반등했지만, 여전히 낮아서 소비자에게 이롭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