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판매 전년 대비 -7.5% 감소…토요타(–23%)와 닛산(–42%) 대비 크게 선방
지난달 미국 현지 자동차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5% 급감한 가운데 현대ㆍ기아차는 꾸준히 선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와 일본 메이커 판매가 급락한 가운데 현대ㆍ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15.6% 증가하며 두 자릿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2일 현대ㆍ기아차 미국 법인에 따르면 양사의 8월 미국 판매는 총 11만673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했다. 현대차 판매(5만9721대)가 8.8% 줄었고, 기아차(5만7015대) 역시 전년 대비 6.1% 모자랐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5% 감소했다. 업계 평균 하락폭과 비교하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 기간 일본 토요타(-22.7%)와 혼다(-21.9%), 닛산(-42.0%) 등 일본차 업체의 실적은 업계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자연적으로 일본차의 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일본차의 8월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토요타(15.1→14.5%) △혼다(10.5→10.3%) △닛산(7.7→5.6%) 모두 하락했다.
미국 차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지난해 7월부터 월별 판매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미국의 빅3 역시 이 기간 20% 안팎의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시장 전체가 19% 넘는 감소폭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ㆍ기아차의 7.5% 판매 감소는 상대적으로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작년 8월 7.7% 수준에 머물렀던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8.8%까지 1.1%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현대차 특유의 불황기 마케팅, 예컨대 고객이 실직하면 판매했던 차를 되사주는 전략 위에 신차와 SUV를 앞세운 제품 전략이 포개지면서 시장에서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올 3월 11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 이후 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했다. 3월 8.2% 수준이었던 시장 점유율은 4월(9.4%)과 5월(9.4%)에 연이어 9%를 넘어섰다.
6월과 7월 점유율도 각각 8.9%와 9.1% 수준을 유지하면서 긍정적 신호를 끌어냈다.
8월은 조업일수와 영업일 감소, 미국과 일본 업체의 대대적 할인 판매 등이 이어지면서 현대ㆍ기아차의 점유율이 8.8%로 전월 대비 0.3% 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6% 증가한 점유율을 유지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판매량 등락보다 시장의 점유율이 오히려 '유의미'한 것으로 분석한다. ‘브랜드 추종성’이 뚜렷한 자동차 산업에서는 현재 시장 점유율 개선이 지금 당장은 물론, 향후 3~5년까지 꾸준히 이어진다는 게 정설이다. 나아가 점유율은 향후 시장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여기에 제품 다양화 전략도 효과를 냈다. 지난달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SUV 판매는 전년 대비 4.4%나 증가했다. 현대차 SUV는 3만8411대로 5.7% 늘었고, 3만7342대가 팔린 기아차 SUV도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특히 대형 SUV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7983대) 판매가 56% 증가했고, 기아차 텔루라이드(7588대) 역시 월간 판매 신기록을 다시 썼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법인 판매담당 부사장은 “시장 침체에도 팰리세이드 등 SUV가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고품질의 안전한 세단을 원해 쏘나타 판매량도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신차와 SUV 중심의 제품 전략이 주효했다면 유럽에선 친환경차와 내구품질 전략이 올해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유럽 자동차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현대ㆍ기아차의 7월 판매는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26.7%, 기아차는 30.4% 증가세를 보였다. 현지생산 소형차와 하이브리드 중심의 수출이 주효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ㆍ기아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6.9%로, 유럽 진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내수가 아닌 해외판매, 특히 미국의 경우 특정한 이슈가 존재하지 않는 한 시장 점유율 0.1%를 끌어올리는 것조차 상당히 어렵다"면서 "공장이 추가돼 공급량이 급증하지 않음에도 견조한 점유율 상승이 이어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