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빙그레의 존재감이 확 커졌다.
긴 장마로 경쟁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빙그레는 올 2분기에만 10%에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인수 예정인 해태 아이스크림 사업부까지 동반 실적상승에 성공하면서 올해 빙과시장에서 빙그레의 영향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업계 1위 롯데제과와의 '왕좌다툼'에서 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의 올 2분기 냉동부문 매출은 12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바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가정용 아이스크림 대명사인 '투게더' 등 카톤류 판매도 20% 성장했다. 반면 롯데제과는 올해 2분기 빙과 매출은 10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8% 오르는 데 그쳤다.
빙그레의 실적 성장은 일찌감치 프리미엄 시장에 공을 들여온 결과다. 실제 7~8월 두달간 장마로 빙과업계 전반에서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지만 '끌레도르' 등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판매 호조를 보였다. 7월 아이스크림 부문 매출에서 롯데제과가 전년 대비 5% 역신장했지만 빙그레는 빙그레 3% 수준의 매출 감소를 보였다.
빙그레 관계자는 "장마 때문에 아이스크림 매출이 3% 줄기는 했지만 업계 평균 하락 폭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면서 "전체 시장의 5~10% 수준으로 아직 규모는 작지만 매년 시장이 확대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으로 보폭을 넓힌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도 빙그레의 실적 선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빙그레는 ‘빙그레우스’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빙그레는 2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에 이어 ‘투게더리고리 경’, ‘옹떼메로나브루쟝’ 등 자사 제품을 캐릭터화한 마케팅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는 뮤지컬 배우를 성우로 기용한 유튜브 애니메이션 영상 ‘빙그레 메이커를 위하여’를 선보였다.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를 앞세운 ‘B급’ 마케팅은 MZ세대 감성을 자극하는데 성공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간식 수요도 빙그레 실적 상승에 호재로 작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온라인 수업이 보편화되며 유통기한 걱정이 없는 아이스크림을 미리 구매한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해태아이스크림’의 선전도 빙그레의 하반기 실적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태아이스크림의 올 상반기 매출은 743억 원, 55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률은 0.07%에 불과하지만, 매년 3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내던 해태아이스크림의 흑자전환은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올초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작업에 나서며 아이스크림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한 바 있다. 인수가 완료될 경우 기존 4강 구도였던 아이스크림 시장이 '빙그레 대 롯데연합' 2강 구도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롯데제과와 빙그레가 각각 32.5%, 27.9%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14.1%, 해태아이스크림은 12.1%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인수가 완료되면 빙그레(+해태) 점유율은 단순 합산으로 40%로, 롯데연합(46.6%)을 6%P 차로 바짝 뒤쫓게 된다.
한편 빙그레와 롯데제과의 시가총액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기존에 3000억~4000억 원 차이를 보이던 양사의 시가총액은 1일 현재 698억2000만원을 기록, 빙그레가 롯데제과를 바짝 추격 중이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가 완료될 경우 시장점유율을 추산해보면 빙그레와 롯데 계열사의 시장 점유율이 비슷해지면서 기존 과점 형태에서 독과점 형태로 시장재편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빙그레가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콘 타입 아이스크림 분야에 해태가 강점을 지닌 만큼 인수 후 시너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