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서 외면받는 공공재건축

입력 2020-09-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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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개발은 '문전성시'…"지역별 온도차 뚜렷"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재건축 사업이 강남과 한강변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외면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 단지들은 '주택 고급화'와 '수익성'에 무게를 두고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공공성'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 대책에 호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도심 내 낙후지역을 개발하는 공공재개발의 경우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에 참여 의사를 밝히는 곳이 늘고 있어 공공 정비사업별 온도차가 극명한 모습이다.

6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공재건축 참여의사를 밝힌 재건축 단지는 아직 한 곳도 없다. 공공재건축은 공공재개발과 함께 '8·4대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정부는 8·4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중 5만가구가 공공재건축을 통해 확보하는 것으로 잡혀 있다.

원활한 공급 주택을 위해서는 공공재건축 사업이 원활히 추진돼야 하나 현재 상황으론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이에 서울시는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를 공공재건축 사업 시행 단지로 추진하는 것도 고려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 단지 주민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사업에 대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공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임대주택 공급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포우성7차아파트 주민은 "인근 개포 신축 아파트들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굳이 공공재건축에 나설 필요 없다"며 "재건축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고급화를 통해 제대로된 가치를 인정받는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84㎡ 분양권이 최근 30억 원에 거래됐다.

개포우성7차 뿐 아니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이미 공공재건축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불참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끌릴 만한 제안을 해야하는데 정부가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전진단 요건 완화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파격적인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재건축 사업과 달리 공공재개발 사업은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공공재개발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동작구 흑석동 흑석2구역 △성북구 성북동 성북1구역 △영등포구 양평동 양평14구역 등 3곳이며 설명회가 진행되거나 예정된 곳은 총 12곳이다. 이들 외에도 현재 관심을 보이는 곳은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공재개발 사업 대상지의 경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신월7동 주민들의 경우 '공공재개발 연합회'를 발족, 자체적으로 현수막을 내걸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앞서 신길1구역도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를 세우고 사업 추진에 나섰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부터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지 선정을 위한 공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당초 이번주 중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SH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관심을 갖는 지역들이 늘고 있다"면서 "당장 결정을 한 것은 아니나 주민들이 나서 문의에 나서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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