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한국판 뉴딜, 코로나 경제위기에서 中企 생명줄이 될 것인가?

입력 2020-09-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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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경제위기가 심각하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토록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감염률은 높지만, 치사율이 낮은 센 독감 정도로 치부되어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전염병 팬데믹이 사회적 패닉으로 번져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마비시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경제위기는 급작스러운 충격파로 다가와 서서히 진정되는 과정을 거쳐 해소된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의한 경제위기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처음에는 서서히 다가와 몇 번의 파동을 거쳐 증폭되고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두렵다.

사람도 ‘코로나 블루’(우울증)에 걸리듯이 기업도 경제도 끝 모르는 코로나 질곡에 빠져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제한에 따라 수요가 침체되고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며 생산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중소기업은 절체절명의 고비에 놓여 있다. 제조분야 중소기업의 공장 가동률이 올 2월부터 연속 70% 이하로 하락해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인다. 지방 국가산단의 공장 가동률은 50%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공장을 팔고 폐업하는 업체도 급증하고 있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코로나 경제위기로 고전하는 기업들을 회생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한국판 뉴딜’이 등장하였다. 정부는 2025년까지 향후 5년간 정책금융 100조 원, 민간금융 70조 원의 자금을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사회적 뉴딜 분야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하여 경제구조 고도화와 일자리 창출 확대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정부는 올해 3차 추경에서 4조8000억 원의 하반기 한국판 뉴딜 사업 예산을 반영하였고 2021년도 재정투자계획에서도 뉴딜 사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내년 예산에 20조 원 이상을 한국판 뉴딜 사업에 배정하기로 하였다. 더불어 시중의 유동자금이 뉴딜 분야에 투자되고 국민들과 뉴딜 사업의 성과가 공유되는 ‘국민참여형 뉴딜 펀드’도 조성하기로 하였다.

이처럼 거창한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하여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우선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은 이전의 개발경제 시대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의욕이 강하고 정책자금의 투입이 클수록 민간의 역할과 시장의 자율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 사업의 상당수가 이전부터 추진한 국책사업을 이름만 바꾼 ‘올드딜’ 사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공성이 큰 국책사업에 민간의 투자를 끌어들일 만한 충분한 수익성이 불분명하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뉴딜이 기업들에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고사 직전에 있던 국내 태양광 산업은 반전의 계기를 맞이하였다. 한화솔루션, OCI와 같은 태양광 기업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도 일보직전까지 몰렸던 두산중공업은 원전과 화력 대신 풍력·수소에 집중하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변신한다는 계획이 한국판 뉴딜과 맞물려 회생의 기회를 찾았다. 한국판 뉴딜의 혜택을 보는 관련 대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다는 사실은 시장도 정책효과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한국판 뉴딜이 아직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까지 온기를 미치지 않고 있다. 그린 뉴딜의 일환으로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100개 에너지 벤처기업을 선정해 기술개발과 사업화 자금을 3년간 최대 3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에 수많은 중소기업이 몰려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친환경 설비를 갖춘 ‘스마트 생태공장’ 환경설비 개선 지원이나 스마트 공장 보급 지원도 자금에 목마른 수많은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융자 확대와 비용보전은 한계에 도달했고 투자는 가능하지 않다. 이런 여건에서는 중소기업이 생존의 위기를 넘기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기술개발이나 시설개선의 명분으로 자금을 수혈해 주는 것이다. 매출 실적이 저조하면서 정부의 R&D과제로 먹고사는 기업을 ‘좀비기업’이라 폄하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좀비기업으로라도 살아남아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위기 극복형 혁신성장’ 정책이 한국판 뉴딜이다. 디지털이나 그린의 특정 분야에 한정된 기업뿐 아니라 전반적인 풀뿌리 제조 중소기업으로까지 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잠재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이 현재의 고비를 넘겨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올딜’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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