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공모펀드에서도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터졌다. 라임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 사모펀드에 이어 공모펀드에서도 불확실성 리스크가 발생하자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짙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전날 ‘키움 글로벌 얼터너티브 증권투자신탁(혼합-재간접형)’의 환매를 연기한다고 판매사들에 안내했다. 펀드 규모는 3600억 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1일 환매가 중단된 브이아이자산운용의 사모펀드 ‘브이아이H2O멀티본드’가 1400억 원대인 것을 포함하면 이번 사태로 약 5000억 원대의 투자자 자금이 묶이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 발단은 글로벌 채권 펀드 전문 운용사 H2O자산운용의 채권형 펀드에 대한 프랑스 금융당국의 환매 중단 조치였다. 프랑스 금융당국인 AMF는 H2O에셋매니지먼트가 투자한 채권 중 일부의 가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 H2O멀티본드를 포함해 H2O알레그로(Allegro), H2O멀티스트레티지스(MultiStrategies) 등 8개 펀드의 신규 가입 및 환매를 중단하도록 했다. 즉 투자자산인 해외 펀드가 유럽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환매 중단 권고를 받자 이를 담은 국내 공모펀드까지도 연쇄적으로 환매가 중단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해당 펀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H2O운용 펀드의 자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알려진 것이 없는 데다, 일각에서는 자산 자체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약 1년 전부터 H2O운용사가 법적 문제 전적이 있는 독일 사업가 라스 윈드호스트(Lars Windhorst)와 연관이 있는 채권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내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유럽 금융시장이 큰 변동성을 겪자 H2O운용사의 채권펀드 수익률도 3월부터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같은 달 글로벌 자산평가 회사인 모닝스타가 이들 채권에 대해 등급부여를 보유 결정하면서 펀드 자금이 대규모 유출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라는 이유로 해외 운용사가 펀드기준가나, 투자 전략 등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아 이를 담아 운용하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실질적으로 투자전략을 관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H20자산운용 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담았지만, 삼성운용의 경우 지난 4월 해당 펀드를 전부 환매했고, 신한BNPP운용의 경우 문제가 된 펀드를 담지 않아 사고를 피해갔다. H2O운용은 4주간 문제가 된 채권들을 별도의 사이드포켓펀드(side-porketed fund)로 옮겨 처분할 계획이며 이 기간만 임시환매 중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유동성 사모사채와 우량 자산을 분리하는 작업이 언제 완료될지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위축된 전체 펀드 시장 분위기 더 얼어붙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 넘게 사모펀드에 밀려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됐었는데, 지난해 라임부터 옵티머스 사태로 사모펀드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모펀드도 간접적 영향을 받았다”면서 “공모펀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사라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