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정부의 청탁금지법 선물 상한액 조정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1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상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기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농축수산 업계를 돕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 조치가 당장 선물세트 가격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추석선물 세트가 이미 판매 중이고, 가격이 정해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격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7일부터 추석선물 본 판매를 시작했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14일 본 판매를 앞두고 있다.
업계는 우선 10~20만 원대 선물 수요가 급증하면 해당 가격대 물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추석 선물은 대표적으로 과일, 굴비 세트 등이 있다. 이 가격대 선물 세트의 비중은 전체 추석 선물 세트에서 약 20% 정도를 차지한다.
9일 A 백화점 관계자는 "선물 가격 상한선이 높아졌다지만 이에 따라 급하게 선물 세트를 새로 구성하는 건 어렵다"며 "다만 판매 추이를 보고 10만~20만 원대 물량을 늘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백화점 관계자 역시 "추석 선물 카탈로그에 이미 가격이 인쇄돼 나갔기 때문에 가격을 갑자기 낮출 순 없다"면서 "추석의 경우 물량을 이미 많이 확보해놨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추가 물량 확보가 필요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이번 정부 정책이 소비 진작에는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물을 구입하는 고객이 김영란법 영향으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상한선 조정으로 안심하고 좀 더 비싼 선물을 할 수 있게 돼 유통채널 입장에서는 객단가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권익위는 7일 전원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10일 임시 국무회의에 상정해 곧바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1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ㆍ가공품 선물 가액 범위는 기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늘어난다.
농축수산물은 생선과 한우, 과일 등을 의미한다. 농축수산가공품은 농수산물을 원료와 재료의 50% 이상으로 사용해 가공한 김치와 젓갈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