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폭로책 ‘격노’서 인터뷰 공개…트럼프 “공황상태 만들고 싶지 않아” 해명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사임을 촉발한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신간 ‘격노(Rage)’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미리 알고도 일부러 축소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한 우드워드의 저서 ‘격노’에 따르면 트럼프는 1월 28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코로나19에 대해 “이 정권에서 국가안보 보장 상 최대 위협이 된다”는 보고를 받았다. 2월 7일 우드워드와 전화로 통화했을 때 트럼프는 “이 바이러스는 독감보다 5배나 위험하고,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거듭 말했다. 트럼프는 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로 코로나19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표된 건 2월 29일. 당시는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그다지 확산하지 않은 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는 “코로나19는 감기 수준이다. 미국인에 대한 위험은 매우 낮다”고 경시했지만, 사실은 사태의 심각성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트럼프는 3월 19일에 진행한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는 “(코로나19) 위험을 경시하고 싶었다”며 “갑작스러운 혼란(panic)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오늘과 어제 놀라운 사실이 몇 가지 나왔다”며 “나이 든 사람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감염 사례가) 많다”고 했다.
4월 인터뷰에서는 “너무 쉽게 전염될 수 있다”며 “믿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7월 인터뷰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나와 상관이 없다”며 “내 잘못이 아니라 중국이 망할 바이러스를 보냈다”고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용이 퍼지자 트럼프는 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미국의 치어리더이고 싶다. 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패닉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며 보도 내용을 대체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놀라운 일을 해왔다. 우리가 한 일이 없었다면 수백만 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우드워드는 9월 15일 출간하는 ‘격노’를 위해 2019년 말부터 2020년 7월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트럼프를 인터뷰했고, 그의 허락 하에 녹음도 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트럼프의 고의적 은폐로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했고, 18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인 민주당도 이 점을 빌미로 공세에 나섰다. 아예 대선의 쟁점으로 끌고 갈 기세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면서도 일부러 경시했다”며 “더 나쁜 것은 미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정보가 있었고,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다”며 “그는 자기 역할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이것은 미국민의 생사를 건 배신”이라고 맹비난했다.
백악관 측은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9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절대 바이러스를 과소 평가하지 않았다. 평온을 발신하는 것은 중요하다. 신속한 대응을 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우드워드는 저서에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전 관료들이 내놓은 트럼프에 대한 평가를 공개했다.
책에 따르면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도덕적 나침반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적들에게 미국을 파괴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트윗하는 것 외에 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브리핑을 하기 어려웠다”고 폭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