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연내 마련키로 했다. 국제적인 표준과 국내 벤처·스타트업계 동향을 반영한 계약서를 통해 투자 효율성을 높이겠단 의도다.
13일 중기부에 따르면 벤처캐피탈협회와 함께 마련하고 있는 벤처투자 표준계약서가 연내 발표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표준계약서 사용이 일반화된 미국의 표준계약서를 바탕으로 국내 법령 등을 포함한 내용이 담기며,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 관계자는 “올해 8월부터 벤처투자촉진법(벤촉법)이 시행되면서 새로운 투자 방식이 도입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고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에서 표준화된 내용도 반영할 계획”이라며 “검증과정이 필요하고 업계 의견도 들어야 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지만 연내 발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는 벤처·스타트업 투자 과정에서 사용되는 표준 양식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엔젤투자 단계부터 프리A시리즈 등 초기 투자 단계에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양식이 정해져 있는 만큼 기업 가치를 판단하기 쉽고 투자 효율성도 높다. 의사결정 시간과 법무비용 등을 단축할 수 있어서다.
국내의 경우 표준계약서 사용이 보편적이지 않아 계약서를 투자 단계와 기업에 따라 새로 꾸려야 한단 문제가 있었다. 특히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 법률 검토에 긴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 계약서 작성에 3~4년씩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에 공감한 모양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난 2월 한국벤처투자 업무보고를 받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할 수 있는 표준 계약서를 마련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민간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준계약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벤처캐피탈협회는 지난 2018년 ‘벤처기업을 위한 투자계약서 해설서 및 핸드북’을 통해 투자계약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일종의 벤처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벤처캐피털(VC) ‘500스타트업’과 법무법인 세움이 함께 만든 초기 투자용 표준계약서(Start Docs)도 있다. 해당 계약서는 2015년 처음으로 배포됐고 지난해 개정판이 새로 작성되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법무법인 비트와 모두싸인도 ‘스타트업 계약서 키트(kit) 5종’을 발간, 투자에 필요한 계약서와 해설서를 각각 공유했다.
법무법인 세움 관계자는 “당초 스타트업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VC업계와 스타트업계는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론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스타트업계와 유관단체 의견을 청취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VC업계 관계자는 “벤촉법 등 관련된 법령을 포함한 표준계약서가 필요하긴 했다”면서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업계 상황을 충실히 반영한 계약서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