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경 이사장 대리인 "조양래 회장 지분 승계 결정, 평소 소신과 달라…조현식 부회장과 목적 달라"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 지주사) 회장의 큰 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회사 경영권과 재산에 관심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이다.
조 이사장이 7월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자 “경영권 다툼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난무했는데,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앞서 조양래 회장은 6월 26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둘째 아들인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그룹 지분 23.59%를 모두 넘겼다. 합산 지분 42.9%를 갖게 된 조 사장은 최대주주에 올랐고, 업계에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조 이사장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건 이 결정 때문이다. 평소 조 회장이 갖고 있던 신념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레 이뤄진 만큼, 아버지가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3일 대리인이 전한 조 이사장의 의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조 이사장은 "아버지가 평소에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투명하게 결정돼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다"고 했다. 세계적 기업인 한국타이어도 미국이나 유럽의 가족기업처럼 전문 경영인과 자문기구, 재단을 통해 합리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사회 환원 대신 지분 승계를 택한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대리인은 "조 이사장이 조 회장에게 본인에게 상속하실 재산이 있으면 재단에 기부해 달라고 했고, 조 회장도 이에 약속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조 회장은 사회문제 해결에도 관심이 많아 브루킹스 연구소 같은 씽크탱크 설립에도 관심이 많았다”라며 “조 이사장이 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덧붙였다.
평소 조 회장과 사회공헌 활동을 함께 한 인사들도 조 이사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송경용 사단법인 나눔과 미래 이사장은 대리인을 통해 "조 회장은 소유하고 있는 지분을 상속하지 않고 나눔재단과 조 이사장이 운영하는 '함께 걷는 아이들' 재단을 위해 내놓으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부를 상속하지 않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유원선 사회복지법인 함께 걷는 아이들 사무국장도 "조 회장이 2016년 하반기에 주식을 기부받을 조건이 되는지 물어서 이듬해 2월 성실 공익법인을 신청해 주식을 받을 자격을 갖췄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자문 검토를 받기도 하는 등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됐다"고 증언했다.
조 이사장 측은 “큰딸이 결국 재산 때문에 아버지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라는 주장에 대해 지분율을 언급하며 반박했다. 겨우 0.83%의 지분을 가진 조 이사장이 어떻게 최대주주를 상대로 다툼을 벌이겠느냐는 반문이다. 현재 조 사장을 제외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조희경 이사장(0.83%) △조현식 부회장(19.32%) △차녀 조희원 씨(10.82%) 등 30.97% 수준에 그친다.
대리인은 “조 이사장 부부는 미국에서 교수로 생활하며 조용히 살고 있고, 신분을 밝히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첫째 아들인 조현식 부회장과 조 이사장이 손잡은 모양새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지난달 “조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성년후견 심판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조 이사장 측은 “조현식 부회장은 경영에 참여하던 분"이라며 "성년후견 심판에 참여하는 목적이 조 이사장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 모두 조양래 회장의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라면서도 "조 부회장 측과 성년후견 심판 청구에 관해 사전에 의논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법원의 성년후견 심판은 1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조양래 회장은 조 이사장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다음 날 입장문을 내고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경영을 맡겨왔고, 그간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라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몇 달 동안 가족 간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움직임에 대해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래 생각해둔 조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