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소기구, 기능 정지 상태여서 최종심 진행할지는 미지수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명으로 구성된 WTO 전문가 패널은 이날 미국이 2018년 약 2340억 달러(약 276조10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는 무역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패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미국의 조처가 중국 제품에만 적용된 점은 오랜 국제 무역 규칙 위반”이라고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2018년 중국의 부당한 정부 보조금 지급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자국의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무역법 제301조는 타국이 미국에 불공정 무역 관행을 적용할 때 대통령에게 관세 포함, 제제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법 제301조 적용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990년대 미국이 WTO의 분쟁 해결 절차를 따르기로 동의하면서 ‘사문화’된 경향이 있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모든 회원국을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WTO의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이며 보복 조치 전 WTO 판단을 받도록 한 분쟁 조정 규정을 어겼다며 WTO에 제소했다.
이에 따라 WTO는 지난해 1월 패널을 설치, 1년 넘게 심리를 이어온 끝에 이날 중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장 미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은 60일 이내에 상소할 수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년간 줄기차게 주장해 오던 것을 그대로 확인해줬다”면서 “WTO는 중국의 해로운 기술 관행을 막는데 완전히 부적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WTO를 활용해 미국 노동자와 기업, 농민, 목장주 등을 이용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상무부는 “WTO의 다자주의 체제는 글로벌 무역의 핵심”이라면서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WTO의 결정을 존중하고 다자무역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처를 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1심 판결로, 미국이 상소할 경우 최종심 절차가 진행된다. WTO의 대법원 격인 상소기구가 미국의 보이콧으로 지난해부터 기능이 정지된 상태여서 WTO의 최종 판단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채드 브라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WTO 상소기구의 새로운 위원 임명을 거부해왔기 때문에 미국은 이번 패널 판결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도 WTO 판단 이전에 자체적으로 보복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이 역시 WTO 규정 위반”이라면서 “사실상 미국, 중국, WTO 모두 패자”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