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손 들어준 WTO에 파상공세…미·중 갈등 증폭 우려

입력 2020-09-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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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WTO에 뭔가 해야” 개혁 압박 -신임 사무총장 선발에도 차질...미국, WTO 개혁파 밀어줄 수도 ·대중국 추가 제재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밖으로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계무역기구(WTO)의 판결에 대해 “WTO에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관세분쟁에서 무역 파수꾼인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의 편을 들어주자 미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WTO에 대한 개혁 요구를 더 강력하게 밀어붙이거나 추가 대중 제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WTO가 중국 편향적”이라며 “WTO는 중국의 해로운 기술 절도 관행을 막기에 부적절하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WTO는 중국의 위법 행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WTO를 배경 삼아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또 “WTO의 이번 결정은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개혁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WTO의 판결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WTO는 중국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도록 내버려 뒀다”며 “우리는 WTO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판결을 한 번 들여다보겠다”며 “나는 WTO의 열혈 팬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WTO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봐왔다. 5월 호베르토 아제베도 전 WTO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두고 미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는 의혹이 나올 정도다.

다만 이번 판결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WTO의 대법원 격인 상소 기구를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이 제 발등을 찍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WTO의 분쟁 해결 절차는 2심제로, 1심에 이의가 있으면 항소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2심에 해당하는 상급위원회 위원 3명 중 2명의 임기가 끝났지만, 미국은 WTO의 개혁을 요구하며 위원 선임을 거부했다. 결국 후임 지명이 되지 않아 무역 분쟁 심의에 차질이 생겼고, 이번 판결에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채드 보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은 “분쟁 해결 기능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트럼프 정권이 WTO의 결정을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분쟁에 승자는 없다. 미국, 중국, 그리고 특히 WTO 모두가 패자”라고 꼬집었다.

한편 미국의 반발이 거세지면 WTO의 신임 사무총장 선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8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미국이 WTO의 개혁을 추진하는 인물을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를 차례로 탈락시켜 최종 단일후보자를 164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약 최종 단일후보자가 WTO 개혁을 지지하지 않는 성향이라면 미국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WTO는 11월 말 전에 신임 사무총장을 선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관계자는 “올해 안에 선발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 8명 가운데 5명을 가려내는 1라운드 선거 절차는 16일 마감, 첫 한국인 WT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유명희 본부장은 다음 라운드까지 무난히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강력한 대중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WTO에서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하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이 얻지 못하는 이익을 누리고 있다”며 불만을 표해왔다.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면 관세와 보조금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경제 규모로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판결로 뿔이 난 트럼프 행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문제 삼아 대중 공세를 이어간다면 미·중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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