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연료용 보급한 ‘바이오 중유’가 사라진다

입력 2020-09-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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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산업용ㆍ선박용 등으로 용처 확대 필요…정책적 지원 절실"

폐 음식물에서 나오는 기름인 ‘바이오 중유’가 지난해부터 세계 최초로 화력발전소에서 중유(벙커C유)를 대체하는 연료로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사용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발전소의 확대와 국제유가 하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발전용 연료로 상용화를 시작한 지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중유 발전의 한계와 한정된 사용처의 벽에 부딪혀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중유 업계에선 화력 발전소 폐지 대신 바이오 중유 전소 발전소를 확대하거나 선박용 등으로 용처를 확대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바이오 중유는 과자나 라면을 만드는 데 쓰는 팜유,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과정에서 남은 부산물인 피치(pitch), 음식점에서 배출되는 고기 기름, 음식 폐기물에서 추출되는 기름, 동물성 유지 등으로 만든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바이오 중유는 황산화물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또 중유보다 질소산화물은 39%, 일산화질소와 분진은 각각 40%, 29% 감축할 수 있다.

▲바이오 중유 생산과정 (자료=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급감하는 바이오 중유 사용량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용 바이오 중유 수요는 최고치를 찍었으나, 다시 감소세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관계자는 “바이오 중유를 사용하던 발전사들이 LNG 복합화력을 시작하며 사용량이 반 토막 났다”고 설명했다.

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는 작년부터 LNG 복합화력을 가동해 바이오 중유 사용량이 50% 이상 감소했으며, 남부발전의 남제주화력도 올해 상반기 LNG 복합화력을 준공하며 바이오 중유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유 발전은 가동 후 전력 생산까지 2~3일간 시간이 걸려 대응이 느린 반면, LNG 발전은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친환경적이고 전력수요가 필요할 때 가동이 몇 시간 내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급락 및 코로나19의 확산도 바이오 중유의 수요 감소에 일조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벙커C유의 가격도 하락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 중유와 혼합해 사용할 수 있는 발전소들이 바이오 중유 대신 값싼 벙커C유를 선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에선 바이오 중유와 벙커C유의 ㎘당 가격은 유사했으나 올해 들어 유가가 급락하며 벙커C유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면서 2종류 이상의 연료를 연소할 수 있는 발전소들이 벙커C유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전력 수요가 확 줄어든 가운데 벙커C유와 바이오 중유가 시장을 나누고 있는 꼴이라 바이오 중유의 설 자리는 더욱 사라지고 있다.

국내 모든 발전소는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전력 실시간 가격(계통한계가격·SMP)을 따져서 낮은 가격에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순서대로 가동된다. 통상 원자력,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발전 순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며 산업용 전력 수요가 감소하고 긴 장마로 인한 냉방 수요가 크지 않아 발전부문 전체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가동 순서상 끝자락에 있는 석유 발전량도 줄어들었다.

작년 상반기 206만 배럴에 달했던 벙커C유 사용량은 올해 상반기 39만 배럴로 80.5% 급감했다.

바이오 중유의 장기적인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2022년 동서발전(울산화력)이 폐지되는 등 바이오 중유를 사용할 수 있는 발전소 자체가 감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용처 확대 등이 없다면 바이오 중유 산업 자체가 고사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바이오 중유 산업 살리기 위한 정책 지원 필요"

바이오 중유 업계에선 기존 화력발전소를 폐지하는 대신 바이오 중유 발전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고려해달라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보급 정책에 있어 바이오 중유는 보급을 확대하려는 정책과 전력수급 기본계획(벙커C유 발전소 폐지) 간의 상충으로 발전사의 경우 바이오 중유만 사용하는 발전소로의 개조 결정이 지연되고, 바이오 중유 생산업계는 중·장기 투자 및 사업계획 수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바이오 중유를 기존 중유 대신 사용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친환경 발전 수단으로 석유 발전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바이오 중유의 사용처를 발전용으로 제한하지 않고 산업용, 선박용 등으로 확대하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간 약 40만 톤 규모의 벙커C유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산업 현장에서 바이오 중유를 사용하게 되면 황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벙커C유에 바이오 중유를 첨가(블렌딩)하는 등의 방식으로 선박용 연료로 사용될 수 있게 하면 선박 연료의 황 함량 규제(3.5%→0.5%)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50%까지 줄일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가 발주한 관련된 연구 과제를 수행한 결과 바이오 중유는 친환경 선박 연료유로 대체할 수 있고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바이오 연료를 넣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메테 머스크’를 3개월간 운항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달 HMM 부산 R&D센터에서 개최된 ‘바이오중유 실증 업무협력(MOU) 체결식’에서 관계자들이 서명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국내에서도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 한국선급은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 중유 사용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실증 테스트에 돌입하며 바이오 중유를 선박유로 활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에서도 시험했듯 바이오 중유는 저유황 벙커C유의 대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선박유 시장을 확보하게 되면 발전용보다 몇천 배 큰 시장에 진출하는 거라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 기구 협의체에서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발전용처럼 선박용 역시 상용화까지 4년 정도로 보고 있지만, 정책적 지원이 있으면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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