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손보·생보·증권 사장 임기 올 연말까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3연임에 성공하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차기회장 최종후보로 윤종규 회장이 결정되면서 계열사 CEO 선임 절차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윤 회장은 17일 오전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계열사 CEO 인사와 관련해 “지금까지처럼 계열사 경쟁력, 그룹 전체 시너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등을 종합해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 위원들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큰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다.
가장 큰 관심은 금융지주 2인자격인 KB국민은행이다. 11월 20일 임기가 끝나는 허인 행장 후임을 찾기 위해 KB금융지주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내달 중순경 개최한다. 대추위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은행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가 자격검증·심사 절차를 거친다. 이후 은행 주주총회에서 행장이 확정된다. 주력 계열사 대표들도 연내 임기가 만료된다.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허정수 KB생명보험 사장은 금융권 통상적인 임기인 ‘2+1’년을 이미 채운 상태다.
증권업계 최초 여성 CEO인 박정림 KB증권 대표의 임기도 올 연말까지다. 윤 회장이 평소 여성 임원 확대에 대해서 적극적이었던 만큼 박 대표의 거취도 관심사다. 박 대표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금감원에서 라임펀드 관련해 판매사(은행, 증권사) CEO도 징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이 유일한 변수다. KB증권은 라임에 TRS(총수익스와프) 대출을 해줬다.
윤 회장이 과거 안정을 택했던 만큼 이번에는 변화를 꾀하면서 조직을 정비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윤 회장은 “업종 간 경계를 넘어 디지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KB금융은 넘버원 금융플랫폼이 되겠다”며 공격적인 경영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안정을 꾀한 윤 회장이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조직을 정비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허인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2+1년 임기를 채운 CEO들은 연임이 어려워 질 수 있다.
한편, 후계 구도 안정화를 구축하기 위해 지주사에 새로운 자리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지주에 부회장직을 신설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룹 내 2인자로 꼽히는 은행장과 대등한 자리를 만들어 차기 금융지주 회장을 양성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