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재래식 무기 거래하는 개인·단체에 제재”…구체적인 증거는 제시 안해
한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북한이 핵심 부품의 이전을 포함한 장거리 미사일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을 재개했다”면서도 양국의 협력이 처음 시작된 시기와 중단된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또 “이란이 연말까지 핵무기를 제조할 만큼 충분한 핵물질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북한과 미사일 프로젝트 협력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당국자는 이란이 “즉시 무기화 사업에 복귀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란은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능력과 수단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와 미사일, 재래식 무기 프로그램에 관련된 24명의 개인과 단체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추가 제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의 대이란 추가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에 기반을 둔 기업에도 해당하는 것이며 주요 제재 대상은 이란과 재래식 무기를 거래하는 개인이나 단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재 대상의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며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제재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지난달 대이란 무기금수 제재를 무기한 연장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했지만, 회원국의 반대로 부결됐다. 전날에는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를 전면 복원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복원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대이란 유엔 제재를 복원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실패에 직면하고 있다”며 “미국의 압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비난했다. 또 “미국의 협박에 치명적인 대응을 가할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다만 미국의 대이란 압박에도 국제사회의 반응은 차갑다. 전날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대이란 유엔 제재를 복원하는 그 어떤 결정도 법적 효력이 없다는 의견서를 안보리에 제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스냅백 조항이 시행됐는지 확인할 수 없어 미국의 선언에 따라 행동할 수 없다”며 “불확실성이 있다면 움직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용어설명=스냅백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부여한 혜택이나 양허 내용을 철회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2015년 이란이 주요 6개국(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과 체결한 이란핵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스냅백 절차가 시작된다고 선언했지만, 국제사회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