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월 수출 증가세, 회복 기대는 아직 힘들다

9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반짝 증가세를 보였다. 관세청 통계에서 1~20일 통관기준 수출액은 29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억2000만 달러(3.6%) 늘어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의 충격으로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해온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비관적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기간 조업일수(15.5일)가 추석연휴가 끼었던 작년(13.5일)보다 2일 많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은 9.8% 감소했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출감소폭이 -21.9%였다.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다. 실질적으로 수출상황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9월 수출의 플러스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달에도 무선통신기기(-9.1%), 석유제품(-45.6%), 선박(-26.5%) 등 주력품목 수출이 크게 부진했다. 다만 반도체(25.3%)와 승용차(38.8%) 등의 증가세가 돋보였다.

앞으로의 여건 또한 좋지 않다. 코로나19에 따른 주요국들의 셧다운(경제봉쇄) 조치가 일부 완화되고,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불확실성 또한 증폭하고 있다. 당장 미국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가 15일부터 발효됨으로써 반도체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 반도체 수출 가운데 중국에 가는 물량이 40%를 넘는다. 미국의 중국 틱톡 및 위챗에 대한 제재에서 보듯 미·중 무역갈등은 악화일로다. 대중국 수출의 심각한 악재다.

긍정적 신호도 있다. 정보통신(IT)과 자동차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의 변수에도 불구하고,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에 8조 원 규모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미국 애플이 올해 말 내놓을 아이폰12에도 삼성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반도체 경기 둔화를 막아 줄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수출이 한국 경제의 기둥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수출이 계속 부진하면 투자와 고용의 추락으로 이어지고 성장의 후퇴도 피할 수 없다. 어떻게든 수출의 불씨를 살려야 하는데, 코로나19로 글로벌 시장이 쪼그라드는 상황에 기업의 대응역량만으로 한계가 있다.

정부의 총력 지원체제가 절실하다. 기업 활력부터 살려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규제혁신은 수도 없이 제기된 최우선 과제다. 최근 급격한 하락으로 수출 악재로 부각된 원·달러 환율도 주시해야 한다.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미세조정의 필요성이 크다. 신시장 개척과 함께,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고 있는 비(非)대면 수출 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