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멀티플 펀치...“시장은 걱정의 벽을 기어오르는 중”

입력 2020-09-22 12:16수정 2020-09-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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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 지속에도 추가 경기부양책 합의 난망
월가 대형은행들 돈세탁 가담 의혹에 수소전기차 니콜라 사기 의혹 후폭풍
미국과 중국 갈등도 여전

▲뉴욕증시 S&P500지수 추이. 출처 WSJ
글로벌 증시가 한꺼번에 터진 악재에 맥을 못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데도 미국 정부와 의회의 추가 경기부양책 합의는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여기에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관련주가 폭락, 시장은 지금 월가에서 흔히 말하는 ‘걱정의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climb a wall of worry)’.

2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09.72포인트(1.84%) 하락한 2만7147.70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900포인트 넘게 빠지기도 했다. S&P500지수는 38.41포인트(1.16%) 내린 3281.0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48포인트(0.13%) 내린 1만778.80에 각각 장을 마쳤다.

S&P500은 직전 최고점인 9월 2일 이후 8.4%, 나스닥은 11%가량 각각 하락했다. 다우는 코로나19 이전 최고치를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2월 최고점에서 8.1% 낮은 수준이다.

증시 널뛰기로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694%에서 0.670%로 낮아졌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진전 기미가 없는데 추가 경기부양책은 합의가 난망한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이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의 임명 시기를 놓고 격렬하게 맞붙으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에 후임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후임자 후보를 5명으로 추렸다면서, 25일이나 26일에 후임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자 임명은 11월 대선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며 이전에 강행할 경우 대통령 탄핵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짐 티어니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최고투자책임자는 “대선 전에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까워졌다”면서 “오늘도 부양책이 필요한 업종의 주가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월가 대형은행들이 검은돈 세탁에 가담한 의혹까지 폭로되면서 은행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의 ‘의심거래보고서(SAR)’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를 포함한 글로벌 은행들이 10년간 2조 달러(약 2330조 원) 상당의 불법자금 거래를 해왔다. 당국의 벌금 부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큰 폭 하락했다. JP모건 주가는 3% 넘게 떨어졌고, 씨티그룹도 2.1%가량 하락했다.

수소전기차 업체 니콜라의 사기 의혹 후폭풍도 거세다. 전날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니콜라 주가는 20%가까이 폭락했다. 최근 니콜라 지분을 취득하고 수소전기 트럭 생산을 맡는 등 전략적 제휴를 맺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에도 불똥이 튀었다. GM 주가는 이날 4.8% 급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도 증시 불안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영상 공유 앱 ‘틱톡’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와 미국 오라클이 가까스로 도출한 합의안에 대한 잠정적 승인을 철회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지배권을 계속 유지하면 거래는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준비 중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미국 통신장비업체 시스코가 포함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기술기업 제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 경쟁자인 시스코를 겨냥했다는 평가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중국과 관련한 수출입 활동에 관여하거나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금지 또는 제한된다. 해당 기업 임직원은 중국 입국이 제한되거나 비자가 취소될 수 있다.

이날 유럽 증시도 경기에 민감한 금융주와 여행주 주도로 급락하며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은 3.2% 하락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재확산이 심상치 않자 봉쇄 조치 움직임을 강화한 영향이다. 영국은 지금의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지속될 경우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이후 전국에 걸쳐 2주간 술집과 식당 등의 영업을 제한하는 등의 이른바 ‘서킷 브레이크’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발 악재에 22일 아시아 증시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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