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즈음 진행되고 있는 노동개혁을 보면 흡사 일본야구의 일화를 연상케 한다. 반환점을 돌아 내리막길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선거공약 사항인 노동개혁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난 국회 때는 중과부적으로 실패한 노동 관련 법안들을 이번 국회에서는 176석이라는 거대 여당을 앞세워 기필코 통과시키려는 모양새다.
이번 국회에 상정된 법안의 내용을 보면, 해고자·실업자 및 공무원에 대해 노조 가입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허용하는 등 그간 노동계가 요구해온 사안이 대부분이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조약 비준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런 전략으로 기존의 노사관계 및 노동관행에 대한 균형 잡힌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우려된다.
첫째, 모든 근로자가 자유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허용하는 것 자체는 매우 이상적이다. 노사관계는 노사자치를 핵심가치로 하고 있는 만큼, 공권력 개입은 필요최소한에 그치는 게 맞다. 그런 점에서 해고자·실업자에 대해 노조 가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문제도 부당노동행위로 대응하면 될 것을 별도로 금지 규정을 두는 것은 ‘협약자치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정이 아직까지 존속하고 있는 이유는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법과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경우에도 신분상 특수성 때문에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노동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비교법적으로도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둘째, 노동법 개정은 전체 근로자를 적용 대상으로 하므로 더욱 신중해야 하고, 이해당사자 간의 세심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성과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서두르다 보면 졸속입법이 되기 십상이고 또 다른 분쟁만 야기할 뿐이다. 노사분쟁의 대다수는 과거 사실에 대한 권리분쟁이라기보다 향후 권리설정을 위한 이익분쟁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노사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도양단의 해결보다는 사전조율이 효율적이다. 노동 관련 분쟁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나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특별위원회를 두고 있는 이유이다. 수적 우세를 앞세워 힘의 논리로 노동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바람직한 방법도 아니다.
셋째, 노동개혁은 현 정권의 핵심공약이자 최대 지지 기반인 노동계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남은 임기 중에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기업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더구나 이해당사자인 경제6단체마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시점에 법 개정을 밀어붙일 만큼 화급을 다투는 사안인지 의문이다. 현 정부는 과거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 전환 등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그 후유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선거철이 아님에도 노동 이슈 선점을 위한 포퓰리즘적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노동법 개정을 비롯하여 전 국민 고용보험, 노동이사제 도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문제는 이렇게 수많은 선택지를 어떻게 우리 실정에 맞도록 조합할 것인가이다. 지나치게 인기에 영합한 나머지 사자 머리에 치타의 다리, 악어의 꼬리를 가진 괴물이 탄생하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