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루드윅' 테이 "연예인 같았던 베토벤 삶, 내 안에 들어왔다"

입력 2020-09-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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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앞에서 연주 실시간 피드백, 파격적인 음악가…극 통해 위로"

▲뮤지컬 '루드윅'에서 장년의 베토벤 역을 맡은 테이. (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사실 찾으면 찾을수록 베토벤과 제 사이엔 틈이 있어요. 음악가로서의 공통점을 찾긴 힘들거든요. 하지만 베토벤도 당시 연예인의 삶을 살았더라고요. 어느덧 그의 삶이 이해가 됐습니다."

테이가 뮤지컬에 도전장을 내민 지도 어언 9년째다. 그는 요즘 뮤지컬 '루드윅'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중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테이는 "베토벤 인생 자체를 이해하려고 한다"며 "이 사람 행동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으면서 마음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루드윅'은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 작품이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베토벤의 일생을 소년, 청년, 장년으로 나누어 세 명의 배우가 한 명의 베토벤을 연기한다. 이 3인 1역의 독특한 구성 속에서 테이가 맡은 건 장년 베토벤이다.

"사실 청년을 하고 싶어서 작품에 합류하게 됐어요. 30대가 표현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가장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해요. 서범석 선배, 김주호 선배가 '툭' 얘기하면 그냥 그 자체가 되잖아요."

선배들보다 자연스럽게 하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관객들은 장년 베토벤으로 분하는 테이에게 호평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합류했을 땐 테이의 표현에 따르면 '간신히' 문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젠 '완전히' 테이에게 '루드윅'이 있었다.

"지난해엔 '여명의 눈동자' 초연에 임하던 중 추가 앙코르 공연에 캐스팅됐어요. 그래서 연습 기간이 길지 않았죠. 필사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다시 한다면 더 섬세하게 잘해내고 싶단 마음이었는데, 반가웠죠. 그를 더 이해하려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테이는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루드윅'에 녹여내려고 필사적이었다. 늘 베토벤의 음악을 가까이하는 중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경이롭다는 생각도 한다. 또 베토벤의 음악은 단순히 배경음악이 아닌 이야기를 쓰는 주체의 음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또 다른 재미도 느꼈다.

"베토벤은 당시 귀족한테만 곡을 주고받는 음악가가 아니라 대중에게 공개된 곳에서 연주도 하고 음악도 했던 파격적인 음악가였어요. 실시간 피드백을 받아온 사람이에요. 믿을 수가 없어요.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은 가까이 두고 불편한 사람에겐 표현도 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그의 가수 데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1월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라는 발라드곡이 있다. 데뷔 직후부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슬럼프는 없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테이는 "굴곡이 있는 가수 생활이었다"고 회상했다.

"저는 제 괴로움을 대중하고 나누고 싶지 않아요. 대중이 알아서 위로해주면 정말 감사하지만, 억지로 드러내지 않으려 해요. 라디오 하면서도 많이 생각했어요. 청취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때 하루의 마무리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어느덧 연예인 테이와 인간 김호경의 차이도 두지 않게 됐다. 그는 "앞으로 새로운 어두운 면이 올라올 수도 있다"면서도 "이제는 빨리 이겨내는 저를 발견해서 대견하다"고 말했다.

"요즘 '루드윅'을 통해 많은 걸 얻어가고 있어요. 예전엔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작품 속 감정을 없애기 힘들었는데, 이젠 오히려 극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하죠."

그는 삶에 집착하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물살이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해서 거슬러 올라가기보단 잘 저어서 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 물살 자체가 원동력이 됐고, 물살이 마르지 않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저는 대극장, 소극장도 가리지 않아요. 각자 다른 매력이 있거든요. 하지만 '루드윅'은 대극장에 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땐 제가 청년 베토벤이지 않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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