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증권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하락하면 증권사의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이 절반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0년 9월 금융안정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투자(외화주식, 채권, 금융상품 및 해외부동산) 규모는 486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7년 전인 2013년(129조 원) 이후 3.8배 늘어난 수치다.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 해외투자는 증권사, 보험사, 연기금 등 비은행금융기관이 주로 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해외투자 증가액 중 91.8%는 비은행 금융기관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금융기관 운용자산 중 해외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10.3%에서 21.8%로 11.5%포인트나 상승했다.
투자상품별로는 해외채권과 해외주식이 전체 해외투자(486조 원) 중 각각 210조 원과 176조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부동산 등 해외대체투자도 100조 원에 달했다. 해외대체투자는 7여년 간 평균 21.1%씩 성장했다.
특히 증권사의 해외대체투자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7조 원을 전체 해외투자의 63%를 차지하고 있어 비은행금융기관 중 가장 대체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으로 해외대체투자가 크게 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리츠(REITs) 지수는 고점 대비 18.7% 하락한 수준으로, 57.0% 떨어진다는 가정 아래 국내 35개 증권사의 평균 순자본비율(NCR)이 올해 1분기 801%에서 447%로 급락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상업용 부동산 상황에 따라 증권사의 자본비율이 절반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이며, 일부 증권사는 순자본비율이 규제 수준(100%)을 밑돌 수도 있다.
특히 증권사는 상당 부분을 기관·개인투자자에게 재매각해 수익을 얻는 만큼 대체투자 손실이 유동성 리스크와 투자자 손실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는 통상 장기투자로 유동성이 낮고 시장 상황 악화 시에도 빠르게 자산을 매각하기도 어려워 부실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코로나19 전개상황에 따라 실물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 해외투자와 관련한 잠재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