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 고법 판사를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별세한 지 8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배럿 판사와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배럿을 대법관으로 지명하면서 “그는(배럿) 비교 불가능한 업적과 대단한 지성, 헌법에 대한 충성심을 지닌 여성”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배럿은 “나는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의 헌법을 사랑한다”며 “대법관 지명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올해 48세인 배럿 판사는 고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 출신으로 모교인 노터데임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배럿 판사가 대법관에 취임하면 역대 다섯 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1991년 43세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이래 두 번째로 젊은 대법관이 탄생하게 된다.
배럿은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공화당은 10월 12일부터 인사청문회 절차를 시작, 같은 달 29일 이전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11월 3일 대선 전에 인준 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후보 지명부터 인준 절차 완료까지 한 달 만에 끝내는 것으로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역대 대법관 인준 절차 완료에 걸린 시간은 평균 71일이었다.
CNN은 대선이 있는 해에는 어떤 대법관 후보도 7월 이후 인준을 받은 전례가 없다며 현대사에서 가장 빠른 인준 절차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인준 절차를 최대한 늦추는 등 총력 저지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절차상 민주주의 훼손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 선거를 앞두고 대법관을 임명하는 게 대의 민주주의에 합당하지 않다는 반발이다. 종신직인 대법관은 총기규제, 낙태, 이민, 성적지향, 건강보험 등 미국의 공공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다.
더 큰 우려는 미국 사회의 균형을 담보할 연방대법원의 이념 성향이 기울어진다는 데 있다. 배럿이 최종 임명되면 연방대법원의 이념적 분포도는 보수 6명, 진보 3명의 보수 절대우위로 바뀌게 된다.
배럿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대표적 강경 보수주의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임명한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배럿은 낙태·이민·오바마케어에 모두 비판적이다. 2018년 법원이 낙태 후 태아를 화장하거나 묻도록 한 인디애나주 낙태 규정의 재고를 거부하자 배럿은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6월에는 신규 영주권 신청자들에 대한 불이익이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판결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2012년 대법원이 건강보험개혁법인 오바마케어에 합헌 판결을 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판한 적도 있다. 연방대법원은 대선 직후인 11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오바마케어에 대한 위헌소송 심리를 진행한다.
보수 연방대법관 임명으로 미국의 진보적인 정책들이 법정 공방에 휘말려 소멸할 우려가 있는 만큼 민주당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인 셈이다.
한편 미국 대선 분수령이 될 대선 후보 TV 토론회가 29일 시작된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는 바이든이 우세할지, 트럼프가 만회할지 총 3회의 TV 토론에 뜨거운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