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근무하다 현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17년 11월 B 사에 입사해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공장에서 자재관리자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2018년 1월 캄보디아에서 귀국해 병원에 입원한 후 치료를 받던 중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한 폐렴, 저산소증으로 사망했다.
유족은 A 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됐다.
공단은 “A 씨의 단기 과로가 확인되지 않고, 업무환경이 인플루엔자나 폐렴을 유발할 상황이 아니어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유족은 재심사 청구마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씨의 배우자는 “A 씨가 캄보디아 특유의 인플루엔자 유형에 감염돼 면역이 없어 쉽게 회복하지 못했고, 현지에서 초기에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해 사망했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부지급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 줬다.
재판부는 “현지 집단시설 업무환경에서는 인플루엔자와 같은 공기 전파성 질병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A 씨가 인플루엔자에 걸린 것은 업무환경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시내에서 떨어진 공장과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재판부는 공장에서 근무하는 현지인 근로자가 600명이 넘어 밀집도가 상당히 높고 인플루엔자 감염 위험이 큰 것으로 봤다.
특히 캄보디아의 경우 국내와 다른 유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 씨가 현지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과 발병 후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질병이 악화돼 합병증이 발생한 데에는 이러한 특수성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 씨가 처음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약 1개월 동안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다가 귀국한 뒤에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A 씨는 아무런 기저질환이 없었고 평소 건강했으며 사망 당시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령자도 아니었다”며 “국내에 있었을 경우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합병증 동반돼 사망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