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복용한 약 효과 좋아…스가 안심할 수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만성 소화기 질환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해 사임했다. 그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 “새롭게 복용하기 시작한 약이 효과가 좋아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며 “건강상의 이유로 빠르게 퇴임이 결정돼 스가 총리가 선발투수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가 총리는 이미 아베 정권의 관방장관으로 정책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어 안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임으로 스가 총리를 점 찍은 시기를 묻자 아베 전 총리는 “오래전부터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스가 관방장관이 총리직을 맡을 의사가 있는지가 관건이었다”고 오랜 신뢰를 나타냈다. 이어 “자신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출마를 생각하게 된다”며 “정치인은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내가 그만두겠다고 하자마자 아베노믹스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점이 스가 총리의 강점이었다”고 짚었다.
아베 전 총리는 스가 총리의 행보와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스가 총리는 부동층이 두꺼운 도시 지역의 소선거구에서 승리해 온 정치인”이라며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살피는 데 능숙하다”고 호평했다. 이어 “통신요금이 가계 부담이 된다고 하자 요금 인하를 요구하고, 출산율을 높이는 데 불임 치료 비용이 걸림돌이 된다고 듣자 부담 경감에 나섰다”며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속도가 아주 좋다”고 극찬했다.
스가 총리의 약점으로 꼽히는 외교에 대한 질문에 아베 전 총리는 “각국 정상과 순조롭게 전화 회담을 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고 본인에게 들었다”고 옹호했다. 또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 주일 미국 대사들과 자주 조찬을 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협상해왔다”며 “7년 8개월간의 관방장관 경력은 이전 정권의 중심에 있었다는 의미라 상대국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두둔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스가 총리에게 조언을 내놨다. 그는 “스가 총리는 매우 강한 개혁 지향적 인물”이라며 “개혁은 정권 출범 후 기세가 있을 때 가장 진행하기 쉽다.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한 개혁을 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 “조기 중의원(하원) 해산은 총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결정”이라며 “이것만큼은 누구에게도 상담할 수 없어 축적된 판단력으로 결정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스가 내각은 출범 직후 64~74%의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지율이 높을 때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면 자민당 세력 굳히기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스가 총리 본인도 내각을 자신만의 색깔로 꾸릴 수 있어 결국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스가 총리는 조기 총선의 조건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습과 경제 회복을 내걸었지만,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은 해산 가능성을 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