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여론 잠재우고 북한엔 대화 재개 압박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연평도 피격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함과 동시에 남북관계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문 대통령 특유의 국면 전환 공식을 적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단기적으로는 대국민 메시지 형식의 사과로 들끓는 여론을 가라 앉힌 뒤,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다시 여는 등 오히려 경직된 한반도 정세를 풀어낼 실마리로 삼겠다는 복안이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희생자 유족에게 애도를 표하고 국민에겐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국민이 총에 맞아 숨졌는데 대통령은 말이 없다'는 비판적 여론을 방치하면 자칫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사건 발생 기간 문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싸고 '대통령의 시간'이 거론되는 등 확대 해석이 번지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공분이 계속 커진다면 향후 북한에 관한 문 대통령의 구상과 행보를 제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어떠한 이유로도 북한과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오히려 이번 사건을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로 삼으려는 정치적 해법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인도주의'를 앞세운 공동조사를 제안한데에 이어 이날은 군사통신선 복구를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가 단절되어 있으면 문제를 풀 길이 없고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대책도 세우기가 어렵다"면서 "적어도 군사통신선만큼은 우선적으로 복구하여 재가동할 것을 북측에 요청한다"고 했다.
북한이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적인 촉구와 함께 거부할 경우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은 북측에 있다는 정치적 의미도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이 "이번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한 점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이번 일에 대한 공동조사에 나섬으로써 남북간 접촉이 재개되고 대화채널이 복원되면 자연스럽게 남북관계 정상궤도 복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