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한국경제 반도체ㆍ모바일 등 IT·전자 중심 성장
2010년 12월 1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이건희 회장과 사장단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거 모였다. 경영 복귀 후 처음으로 직접 시상에 나선 이 회장의 행보도 눈에 띄었지만, 업계는 수상자 명단에 주목했다.
이들 가운데 삼성전자를 이끄는 차세대 리더들이 대거 배출됐다. 당시 상을 받았던 노태문 무선사업부 상무는 10년 뒤 무선사업부 사장으로, 윤종식 반도체사업부 상무는 파운드리 사업부 기술개발실 부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 2010년대 성장의 주역들이다.
2010년대 한국경제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IT·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회사인 미국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고, SK하이닉스는 세계 3위 반도체 회사로 발돋움했다. 삼성전자, LG전자의 상승과 함께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전자부품 업종들이 한국경제를 견인했다.
국내시장에서는 IT분야의 네이버와 카카오, 통신분야에서 SKT, KT, LG유플러스 등이 4G(4세대)를 거쳐 5G(5세대 이동 통신)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1970년대 중화학과 중공업을 중심으로 성장 기틀을 마련한 산업계는 정보통신, 반도체, IT·전자제품 등으로 완벽한 먹거리 세대교체를 이뤘다. 대신 전통 제조업들이 대거 쇠락했다. 철강업계는 중국의 추격 속에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세계 철강협회에 따르면 2010년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5대 철강업체 가운데 중국과 일본 기업은 각각 2, 4, 5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4위를 싹쓸이했다. 같은 기간 3위였던 포스코는 5위로 밀렸다.
조선업종도 중국의 저가 수주 탓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한때 재계 10위권을 넘보는 수준으로 성장했던 STX는 유동성 위기로 그룹이 해체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조 원대의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자동차산업도 2010년대 독일 3사와 일본, 미국, 유럽 등 수입차 공세에 맥을 못 추며 하락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10년 6.92%에서 지난해 15.93%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국산차의 입지는 제자리걸음이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 순위는 2010년 7위에서 2016년 6위로 한 계단 올라선 뒤 6위에 머물러 있다. 기아차는 11위를 유지하다 지난해 12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이렇듯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산업은 전자업종 쏠림 현상이 매우 강해졌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전자 업종이 국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17.0%에서 2010년대(2010~2015년) 26.2%로 9.2%포인트(p) 증가했다. 전기·전자 업종과 연관이 깊은 운수 장비(13.2%→15.8%), 금속제품(5.0%→7.3%), 기계장비(7.3%→8.6%) 업종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반면, 섬유 업종의 비중이 가장 큰 폭인 5.3%p(10.3%→5.0%) 감소했고, 비금속광물(5.7%→2.8%), 음식료(6.9%→4.3%) 목재 종이(4.9%→2.7%) 순으로 감소했다.
2010년 들어 우리나라 산업구조 변화가 정체되는 경향은 더 강해졌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변화지수는 1970년대 1.48에서 1980년대 0.90, 1990년대 0.73, 2000년대 0.48로 낮아졌다. 2010년 이후에는 2015년까지 연평균 0.40으로 하락했다. 산업구조변화지수가 클수록 산업구조의 변화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구조 정체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다른 나라에 비해 변화가 적었고, 2010년 이후에는 고착화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2000~2009년 산업구조변화지수는 31개국 중에서 24번째로 낮았고, 2010년 이후에는 35개 국가 가운데 29번째로 낮았다.
LG경제연구원은 “산업의 고착화가 심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성에 따라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전기·전자와 같은 업종은 투자가 많이 필요한 자본 집약적 성격이 강해 경기 변화에 대해 탄력적인 대응이 어렵고 실적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특징이 있다. 비중이 높은 특정 산업이 부진해질 경우 우리 경제 전체의 경기가 악화되는 집중화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제 한국경제는 다시 10년 먹거리를 찾아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 경제 10년을 이끌어온 전자업종도 최근 정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LCD패널은 2015년 점유율 38.9%로 세계 시장 1위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점유율 25.6%를 기록했다. 중국은 LCD(액정표시장치)를 넘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높이며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올해 4월 삼성전자를 추월하며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도체 시장도 고점 논란 이후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격랑에 휩싸였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재를 강화했고 미국 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주요 기업의 경쟁 초점은 전기·전자분야로 귀결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 항공분야 진출을 모색 중이나 이 역시 전기가 동력원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경쟁 심화 시대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한 산업 분야별로 얼마나 차별화를 확보할 것인가를 과제로 꼽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제조업에 인터넷 기술이 접목되는 현상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산업별 업종의 틀을 벗어나 업종 간 기술협력체제, 즉 개방형 기술혁신체제를 갖추고 정부는 이 기업들의 기술혁신 노력을 규제개혁ㆍ제도정비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산관학 협력기구를 정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