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사각지대 소외계층… 정책 지원 곳곳에 구멍

입력 2020-10-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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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책 미흡한 부분 많아… 의원들 "체계 제대로 마련해야"

정부가 소외된 계층을 위해 내놓은 지원책 곳곳에 구멍이 발견됐다. 지원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거나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소외계층이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도록 체계 개선 등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저소득층 지원책, 취지와 달리 혜택은 적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3년간 사회배려계층을 위해 쓰여야 할 전력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적용률이 2.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공=구자근 의원실)

정부는 2016년 누진세 개편 이후 저소득층의 전기 요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간 4000억 원 규모의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3년간 보장공제 적용 혜택을 받은 가구 비율은 3%에도 못 미쳤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2019년 공제 제도 전체 적용 가구 중 사회적 배려계층은 연평균 2.2%에 불과했다. 해당 제도는 2016년 주택용 누진제가 기존 6단계에서 3단계로 개편하면서 1단계(월 200kWh 이하 사용) 구간의 전기요금이 증가해 부담을 느낄 저소득층 국민에게 전기 요금을 낮춰주는 대책이다. 월 200kWh 이하 사용 가구에 대해 저압 요금 적용 가구는 월 4,000원, 고압 요금 적용 가구는 월 2,500원을 일괄적으로 감면해준다.

하지만 공제 적용은 90% 이상이 일반 가구에 돌아갔다. 소득 수준이 아닌 전기사용량에 따라 공제 혜택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정작 지원이 절실한 소외계층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2019년에는 한전 내부에서조차 “소득과 관계없이 대다수 혜택을 받는 공제 제도의 폐지 혹은 수정과 보완”을 언급했다. 이후 전기요금 개편안을 11월 30일까지 마련하고 올해 6월까지 정부 인가를 얻겠다고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개편안 마련을 연기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로나19 확산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정책이 저소득층 사업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공=구자근 의원실)

저소득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도 사각지대가 발견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정책이 저소득층 사업자에게 닿지 못했다.

구자근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원하는 코로나19 경영안정자금 중 대리대출은 모든 소상공인에게 신용등급 관계없이 보증을 지원했지만 낮은 신용등급의 생계형 영세사업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해당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소상공인에게 지원된 금액은 208억 원이다. 총 지원금 2조 9538억 원(총 13만 2037건) 중 1%에 불과하다.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1등급 소상공인이 8856억 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다. 중·저신용등급을 위한 대출 방안은 저신용등급에 어느 정도 지원이 됐지만 대상이 아닌 1~3등급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등 곳곳에 문제가 발견됐다.

장애인 위해 마련한 의무 고용 지원책… 부담 금액만 증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기정통부가 출연한 25개 연구기관이 2015년부터 5년간 장애인 의무고용을 달성하지 못해 낸 돈이 약 160억 2,700만 원에 달했다. (제공=조정식 의원실)

장애인을 위한 대책도 구멍이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원이 최근 5년간 장애인 미고용에 따라 부담한 금액은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고용률은 1%대에 머물렀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기정통부가 출연한 25개 연구기관이 2015년부터 5년간 장애인 의무고용을 달성하지 못해 낸 돈이 약 160억 2,700만 원에 달했다. 고용상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사회활동 기회를 넓히기 위해 공공기관이 일정 수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의무화한 취지가 무색해졌다.

학대 아동 위한 대책도 구멍… 인천 '라면 형제'도 보호 못 받아

▲최혜영 민주당 의원실이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대 아동과 관련한 지원책에 사각지대가 발견됐다. (제공=최혜영 의원실)

학대 아동을 막기 위한 정부 지원책에도 미흡함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3월부터 아동학대 조기 발견 대책으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실시했다. 해당 시스템은 장기결석, 영·유아 검진 및 접종, 학대 피해 여부 등을 빅데이터로 조사해 지원이 필요한 가정에 지자체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는 방식이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실이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당 시스템으로 분류된 학대 의심 아동은 17만 4078명, 현장 조사는 그중 82%인 14만 2715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에 신고된 아동은 96명에 불과했다. 위기 가능성이 충분히 드러남에도 0.07%의 아동만 관련 기관에 신고됐다.

이에 해당 제도가 실제 아동학대를 막는 데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얼마 전 라면을 끓여 끼니를 해결하다 변을 당한 인천의 형제도 해당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외 계층 위한 지원책, 보완 마련해야

▲왼쪽부터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조정식·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구자근, 조정식, 최혜영 의원실)

의원들은 정부 대책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구멍을 메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자근 의원은 “저소득 및 취약계층이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제도의 개선안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통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정부 출연 연구원이 장애인 등 상대적 취업 약자를 외면해 고용부담금으로 낭비하는 세금이 매년 증가했다”며 “공공기관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혜영 의원은 “아동학대에 대해 과하다 싶을 만큼 폭넓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기관의 체계가 제대로 잡혀야 한다며 “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협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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