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양자정보통신 등 차세대 양자정보기술에서 활용 기대
이 연구는 미국 레이시온 비비엔 사, 하버드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스페인 바르셀로나 과학기술연구소,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연구 결과는 차세대 양자정보기술 상용화를 위한 원천 연구로 인정받아 지난달 30일(영국 현지시간)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이길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차세대 양자 소자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기반 기술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양자 컴퓨팅 측정효율을 극대화해 대규모 양자컴퓨터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길호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2017년 6월 삼성미래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지원받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역학의 원리를 활용해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컴퓨터다. 기존 컴퓨터는 0 아니면 1의 값을 갖는 비트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지만,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될 수 있는 ‘큐비트(qubit)’ 단위로 연산한다. 여러 연산을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이런 특성에 힘입어 연산 속도가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이상 빨라질 수 있다.
전자기파의 한 종류로 전자레인지에 사용돼 우리에게 익숙한 마이크로파는 이동통신, 레이더, 천문학 등 폭넓은 과학 기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양자 컴퓨팅, 양자정보통신 등 양자정보기술에도 활용 가능하다고 알려지면서, 마이크로파를 초고감도로 검출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마이크로파 검출기로 사용되는 볼로 미터는 마이크로파 흡수 소재, 흡수한 마이크로파를 열로 바꿔주는 소재, 발생한 열을 전기 저항으로 변환하는 소재로 구성된다. 전기적인 저항의 변화를 이용해 흡수된 마이크로파의 세기를 계산한다.
그러나 볼로 미터는 실리콘이나 갈륨비소 등 반도체 소자를 마이크로파 흡수 소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검출 한계가 1초간 측정 기준 1나노와트(10억 분의 1와트) 수준에 머무는 등 정밀한 세기 측정이 불가능했다.
이길호 교수 연구팀은 볼로 미터의 소재와 구조 혁신을 통해 이 한계를 돌파했다. 먼저 마이크로파 흡수 소재로 반도체가 아닌 그래핀을 사용해 마이크로파 흡수율을 높였다.
그리고 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그래핀을 끼워 넣는 '조셉슨 접합 구조'를 도입해 그래핀에서 발생하는 전기 저항 변화를 10 피코초(1000억분의 1초) 이내로 검출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파 검출을 이론적 한계인 1초간 측정 기준 1아토와트(100경분의 1와트) 수준으로 높일 수 있었다.
이길호 교수는 2015년 그래핀으로 '초단간극 탄도성 조셉슨접합'을 처음 실현했으며, 이후 양자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 및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5000억 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사업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지금까지 603개 과제에 7729억 원을 집행했으며, 국제학술지에 총 1255건의 논문이 게재되는 등 활발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중 네이처(4건), 사이언스(5건)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도 101건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