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세대 프라이빗뱅커(PB)인 박경희<사진> 삼성증권 SNI본부장(전무)는 초고액자산가들의 투자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가장 먼저 ‘안정적인 투자’를 꼽았다. 박 전무는 “초고액자산가들은 (손실이 없는) 예금과 같은 고정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배당주, 리츠, 국내외 채권 등에 많이 투자한다”면서 “주로 두 자릿수 고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삼성증권 VIP 고객 중에서도 3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VVIP’의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SNI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SNI 서비스 대상 고객은 지난 10년 사이 2배 늘어 7월 말 기준 2300명에 달한다. 이들의 자산 규모만 71조 원에 달한다. 삼성증권 전체 예탁 자산의 3분의 1에 버금가는 규모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 전문가 조언을 구하는 것뿐 아니라 철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점도 초고액자산가들의 공통된 투자 방법이다. 그는 “초고액자산가들은 포트폴리오 구성 및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세미나, 본인의 네트워크와 경력 등을 살려 관련 내용에 대한 학습을 많이 하고, 최종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PB의 조언을 반영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10년 전 SNI강남파이낸스지점을 총괄했을 때 고객을 대상으로 펀드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석학, 벤처캐피탈(VC)등과의 릴레이 포럼, 자체 세미나를 진행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투자와는 달리 시간과 정보상의 시차가 생길 수 있는 해외투자의 경우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이 위험 자산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주식에 투자하되 단타보다는 장기 보유 경향이 짙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초고액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산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였다. 뒤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카카오를 가장 많이 담았다. 연초 이후부터 투자를 이어왔다면 삼성전자의 경우 투자수익률은 9.42%(9/14일 기준)이고, 삼성바이로직스와 카카오는 각각 78.06%, 144.91%에 달한다. 해외 주식으로는 테슬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가장 많이 투자했다.
이들 모두 대형주라는 공통점과 함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선두 기업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박 전무는 “큰 그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조적 변화 아래에서 수혜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된 매수 배경”이라면서 “초고액자산가들은 해외 개별종목을 단편적으로 보기보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확인하고 선도하는 기업에 투자하기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올해 남은 하반기 주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식의 경우 코로나19로 급락하는 과정에서도 성장주는 가치주 대비 하락을 잘 방어하고, 반등 시에는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섹터별로는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IT, 임의소비재,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 등의 모멘텀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절세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다. 그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금저죽계좌,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는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면서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인 채권, 금 현물 투자뿐 아니라 원금 5000만 원 배당수익에 대한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나 리츠도 관심을 가지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