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세계는 혼돈 그 자체다. 질병통제와 방역기술이 가장 발달한 이 시대 인류가 상상조차 못했던 재앙이다.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창궐한 코로나19는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1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 7개월이 지나는데도 악화일로다. 세계 확진자수는 3500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100만 명을 넘었다. 하루에만 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지구의 생태환경 변화에서 비롯된 전례 없는 환란(患亂)의 종식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고, 수십 년 번영했던 글로벌 경제 생태계의 근본이 무너지고 있다. 생산과 소비, 공급과 수요의 가치사슬이 마비되고, 감염병 위기는 국가안보의 최우선 현안이 됐다. 각국은 국경의 빗장을 걸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무작위의 파괴적 위협이 세계 자본주의 질서를 뒤집으면서 ‘장벽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장악을 위한 무역전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시장의 모순이 증폭되고 소외된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되는 건 경제위기의 속성이다. 우리 사회는 이전부터 저성장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 기업활력 저하와 산업경쟁력 추락, 성장동력 상실의 ‘한국병’(韓國病)에 신음하는 상태였다. 코로나 충격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저소득층, 비정규직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들부터 벼랑으로 내몰았다. 중소기업 몰락은 대기업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기업들의 줄도산, 해고와 폐업에 따른 대량실업이 진행된다.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도 고용참사를 막지 못하고, 수출과 소비 감소, 성장률 후퇴의 악순환이다. 경제지표 어느 하나 성한 게 없다. 올해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1998년)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지 못한다.
코로나 이후가 화두다. 과거와 전혀 다른 미래일 것이란 예측의 방향은 수렴한다. 일상적 감염병 위기에 따른 비대면(非對面)으로 개방성과 투명성이 퇴조한다. 사람과 상품 이동 제한은 자유시장 쇠퇴와 교역의 보호주의, 탈(脫)세계화로 이어진다. 위기에 맞선 국제공조, 글로벌 리더십은 실종됐다. 개방과 세계화, 글로벌 가치사슬을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한국 경제의 치명적 위협이다.
종전 사고와 관행의 틀을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접근의 극복대책이 요구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내세웠다.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3대 축으로, 정책금융과 민간자본 170조 원을 투입해 19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미래산업을 선점해 추격형 국가에서 선도형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발전전략이다.
성장경로 회복이 최우선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혁에 앞서지 못하면 도태된다.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부터 과감하게 끊어내고 새로운 시장질서를 세우는 게 살길이다. 무차별 재정살포로 나랏빚만 늘리는 포퓰리즘, 끊임없이 기업의 숨통을 조여 시장자율을 훼손하고 기업가정신을 소멸시키는 반(反)시장 규제,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깨트리는 파괴적 혁신이 요구된다.
그리하여 경제의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불확실성만 커지는 시대에 성장의 극대화와 분배의 정의를 통해 소외된 곳 없는 공동체 번영을 이끄는 것이 화두다. 아무리 공정한 경제를 말해도 부(富)를 키우는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합리적 분배, 불균형 해소는 있을 수 없다. 정부가 돈 풀어 경제를 떠받치는 한계도 분명하다.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과 소비자가 상생하고, 빈곤을 구제하는 사회안전망의 새로운 질서로 가능해진다. 성장과 분배의 공감대를 위한 ‘따뜻한 시장경제’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포용성 결핍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다시 일깨웠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경제자유를 바탕으로 한 기업가정신으로 창의·도전·혁신의 시너지와 성장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대전환의 시대에 국가운영의 거버넌스, 경제정책과 제도를 혁신과 포용의 관점으로 원점에서 다시 구축하는 리셋(reset)이 절실하다. 발상을 바꿔야 옳은 전략과 실용적 해법이 나온다. 이투데이가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일구고 나라 경제를 바른 길로 이끄는 고품격의 정론 미디어를 추구하면서 독자들에게 다가간 짧지 않은 보람의 시간이다. ‘정도언론·경제보국·미래지향’을 소명(召命)으로 삼은 이투데이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위기극복과 한국 경제 선순환의 활로로 ‘리셋 코리아’를 제언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