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한세엠케이는 오감체험형 공간을 콘셉트로 한 편집숍 ‘패브리크(FABRIK)’를 선보였다. 패션 아이템을 단순히 모아둔 숍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MZ세대를 위한 새로운 공간’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각종 체험과 재미 요소를 매장 곳곳에 마련했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DIY 공간에서 에코백을 본인 취향대로 디자인하거나, 신진 예술가들과 협업한 작품을 ‘팝업존’에서 만날 수 있다. 앞으로 미술작가와의 협업도 검토 중이다.
한세엠케이 엄수연 마케팅부 팀장은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흥미를 유발하는 경험을 주지 못하면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없다”라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려는 차원에서 인스타그램 인증 사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매장을 찾아오게끔 하는 체험 콘텐츠를 채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호텔 갤러리처럼 매장을 꾸민 곳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스튜디오 톰보이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티보 에렘과 협업해 매장에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방문객들은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티보 에렘의 대표작 런던의 리버티백화점(Liberty Department Store)을 비롯해 미쉐린 하우스(MICHELIN HOUSE), 벨베데르 호텔 (hotel gletscher belvedere) 등 전 세계 곳곳에 있는 다양한 건물의 그림이 담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매장에 미디어아트도 접목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허재영이 ‘스튜디오 톰보이 호텔’의 일러스트를 쇼윈도에 설치해 방문객들의 전시와 쇼핑의 경험치를 끌어올렸다.
패션업계가 오프라인 매장에 경험을 더하는 건 생존을 향한 몸부림이다. 대부분의 기능적인 소비가 이커머스로 넘어간 데다 실시간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커머스'까지 약진하면서 오프라인 패션 전문점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장에서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의류업체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라면서 "소비자들이 '제품'은 이커머스로 살 수 있지만 '안목'은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들은 큐레이터가 편집한 편집숍, 미술관 등으로 진화하거나, 인플루언서와 협업으로 소비자에게 심미안을 제공하는 '큐레이션 비즈니스'를 채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험 소비’를 강조한 마케팅은 실제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8월 매장을 재단장하면서 명품 매장에 미술품들을 상설 전시 및 판매했다.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해 고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구매까지 돕는다. 소비자는 쇼핑과 동시에 전문가의 도움으로 미술품에 대한 안목까지 살 수 있는 셈이다. 그 결과 강남점 리뉴얼 후 한 달 간 명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1% 신장했다.
임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장은 “강남점 3층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 후 고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라면서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안전하면서도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