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전역한 지 3년이 지났다. 연대 보급병으로 안동에서 복무했다. 2016년 12월 군번이었는데, 2017년부터 입대한 병사들은 하루라도 군 복무 단축 혜택을 받았다. 군인의 삶은 여전히 미약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개선됐고 군 역사의 격변기 앞에서 나는 전역했다. 벌써 예비군 2년 차다.
군 복무 시절 아침이면 점호가 시작하기 전에 덜 뜨인 눈으로 담배를 한 대 태웠다. 뽀얀 연기 위로 아침밥에 관해 묻다가 서로의 안부를 묻던 그런 날들이 있었다. 롯데리아에서 밀리터리 버거(군대리아)를 출시하자 군대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군대리아를 군대리아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있을 때는 ‘빵식’이라고 불렀다. 군대 식단 중에서 그나마 먹을 만한 것 중의 하나였다. 빵식의 추억이 군대리아를 사게 했다. 분명 비슷한 이름이지만, 내용물은 생각보다 달랐다. 인터넷에서 호불호가 심하기에 직접 먹어봤다. 군대리아는 추억의 맛을 여전히 갖고 있을까?
롯데리아에서 현재 판매 중인 군대리아는 단품이 6400원, 세트는 8100원이다. 다만, 배달주문 시 단품이 7200원, 세트가 9200원이었다. 가격대가 한 끼 식사로 생각보다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국밥 1.5그릇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괜찮았다.
군대리아의 기본구성은 ‘참깨빵’, ‘양배추 샐러드’, ‘불고기 소스’, ‘햄’, ‘마카로니 샐러드’, ‘딸기잼’, ‘미트패티’, ‘치즈’로 구성돼 있다. 참깨빵은 무려 4개나 들어 있었지만, 양배추 샐러드는 마요네즈가 생각보다 부족했다. 불고기 소스와 딸기잼이 코를 자극한다. 햄과 미트패티는 배달 와서 그런지 조금 쭈글쭈글했다. 마카로니 샐러드가 새로웠다. 치즈 역시 흐물거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내 기억 속 군대에서 먹던 빵식과는 조금 달랐다. 빵식은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 번째는 시중에 판매 중인 군대리아와 비슷한 구성인 불고기버거, 두 번째는 새우버거, 마지막으로 핫도그가 있었는데 군대리아는 여기서 가장 대중적인 불고기 패티로 구성됐다. 빵식은 ‘햄버거 빵’과 ‘양배추 샐러드’, ‘불고기 소스’, ‘딸기잼’, ‘햄’, ‘치즈’까지는 같았으나 다른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마카로니 샐러드라는 재료가 원래 없었고 시리얼과 우유가 있었다. 그걸 국물 대신 떠먹는 것이다. 이왕 재현할 거면 '시리얼과 우유도 재현하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생각보다 양배추 샐러드에 소스가 많이 뿌려져 있지 않았다. 그저 샐러드가 아닌 양배추를 재료로 넣는 느낌이었다. 치즈는 새 치즈처럼 딱딱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치즈가 신병처럼 빳빳했다면, 롯데리아 군대리아 속 치즈는 이미 말년병장 같은 느낌? 다 녹아서 흐물거렸다. 배달이니까 오는 와중에 녹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참깨빵이 4개나 되지만, 햄과 고기패티는 하나뿐인 점도 아쉬웠다.
아무튼, 일단 먹어봤다. 롯데리아에서 소개하는 레시피는 네 가지였다. 면회 온 여자친구, 이등병, 상병, 말년 병장 레시피였다.
'여자친구 레시피'는 햄버거 안에 참깨빵과 양배추 샐러드, 마카로니 샐러드, 딸기잼, 치즈, 햄이 들어간다. 콘셉트가 군대 면회를 와서 상병과 함께 먹는 레시피다. '상병 레시피'는 참깨빵, 양배추 샐러드, 불고기 소스, 미트패티, 마카로니 샐러드와 딸기잼이 들어간다. 두 레시피가 합쳐서 한 개의 버거 세트를 만드는데 과연 면회를 온 커플이 '밀리터리 버거' 세트 메뉴를 함께 오순도순 나눠 먹을까?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냥 1인분으로 만드는 게 최고인 것 같은데…
내가 만든 '이등병 레시피'는 병장의 이등병 사랑 콘셉트다. 빵 한 조각에 모든 재료가 골고루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병장 레시피'는 이등병 레시피에서 쓰고 남은 재료인 참깨빵과 딸기잼으로 만든 밀리터리 버거다. 결국 사랑 받는 이등병은 다양한 재료를 푸짐하게 먹고, 말년 병장은 남은 빵에 딸기잼만 먹어야 하는 스토리를 담았다. 이렇게 참깨빵이 4개였던 비밀이 밝혀졌다. 군대리아라는 아이디어는 괜찮았지만, 레시피를 콘셉트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듯한 세부 요소가 아쉬웠다.
어떤 스타일로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 어차피 본 기자는 인턴기자니까, 여기서 이등병하고 다를 게 없으니까 그냥 이등병 레시피를 먹기로 했다.
1. 참깨빵에 딸기잼을 바르고 마카로니 샐러드를 올렸다. 밀러터리 세트가 왔을 때 포크밖에 주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작은 티스푼을 사용하는 것을 반드시 추천한다. 롯데리아에서 제공하는 포크를 사용할 때 플라스틱 식판을 포크로 긁는 느낌이 들어 이따금 몸에 소름이 돋았다. 손톱으로 칠판 긁는 거 싫어했던 사람은 반드시 숟가락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2. 고르게 퍼진 딸기잼 위에 마카로니 샐러드를 조심스럽게 하나둘 올려준다. 기자는 마카로니를 좋아하기에 원조 군대리아 레시피와 상반되는 재료였지만 훨씬 더 괜찮았다. 마카로니 샐러드를 빵 테두리까지 꽉 채워서 넣으면 먹을 때 다 떨어지기에 중심부에 꾹꾹 눌러 담아야 한다. 가장자리에 마카로니를 놓는 것은 금물이다. 경험담이다.
3. 이후 햄으로 마카로니 샐러드를 감싸주자. 햄이 오랜 배달로 조금 자기 색깔을 잃은 감이 있지만, 마카로니 샐러드를 감싸기엔 충분했다. 불고기 소스는 햄 위에 조심스럽게 발라야 한다. 다만 햄 표면을 살짝 훑듯이 발라주자. 소스는 음식의 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다만 고체가 아니라는 점이 조금 걸린다. 그렇기에 소스는 늘 평지에 발라야 한다. 소스가 햄에 고르게 발라질 수 있게 조금 기다려주자.
4. 불고기 소스를 고르게 발랐다면 바로 참깨빵으로 덮어준다. 참깨빵으로 덮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빠른 속도로 치즈와 미트패티를 위에 얹어야 한다. 속도가 중요한 게 여기서부터 햄버거가 홀로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다. 햄버거를 무너지고 나서 먹을 생각이 아니라면 거의 무조건 이제부터 속도를 올려야 한다.
5. 불고기 소스가 조금 남았을 것이다. 분명 햄 위엔 다 올리지 못한다. 앞서 불고기 소스를 모두 넣었다면 분명히 햄버거 먹다가 샐 것이다. 왜냐면 이것도 경험담이다. 불고기 소스는 여기까지 넣기 위해 있는 것이다. 미트 패티 위에 다시 남은 불고기 소스를 고르게 발라주자. 그래도 조금 더 남을 수 있다. 이 매장은 인심이 좋았는지 다행히도 소스가 많이 남았다.
6. 분명히 말했다. 여기서부턴 스피드다. 햄버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양배추 샐러드를 얼른 들어야 한다. 사실 소스가 크게 많지 않아 그냥 푸석푸석한 양배추를 얹는 느낌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양배추를 조금 넣고 참깨빵으로 빠르게 덮어주자. 그러면 끝이다, 분명히 끝이니까 빠르게 한 입 베어 물어야 한다.
맛은 혹평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래 햄버거를 소스 맛으로 먹는 건진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어차피 군 생활 당시 군대리아도 소스 맛으로 먹었다. 유명 유튜버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너무 인식한 탓이었을까? 솔직히 패스트푸드점 세트 메뉴라고 생각했을 때 가성비는 떨어져 보였지만, 그렇게 혹평할 맛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얻을 수 있던 교훈은 군대에서 먹었던 것들은 군대에서의 추억으로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