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지구 대멸종 시계 빨라졌다
기후 전문가들은 4년 전, 꽁꽁 얼어있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며 그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탄저균이 되살아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75년 전 탄저균 감염으로 사망한 후 영구동토층에 갇혀있던 순록이 지구온난화로 해동되자 탄저균도 다시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당시 사체에 접촉한 한 명의 소년이 사망, 스무 명이 탄저균에 감염됐다. 또 2000마리 이상의 순록이 떼죽음을 당했다.
많은 학자가 길게는 수십만 년 이상 냉동 상태였던 영구동토층이 최근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며 온갖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다시 침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북극 알래스카에는 1918년 5억 명을 감염시키고 5000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독감 바이러스의 자취가 발견되기도 했다. 5000만 명이라는 숫자는 당시 세계 인구의 약 3%이자 제1차 세계대전 전사자의 수의 6배에 달하는 수치다. 과학자들은 시베리아의 빙하 속에 천연두와 선페스트균도 갇혀 있으리라 추측한다. 심지어 다수 연구에 따르면, 현재 북극의 빙하에는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공기 중에 퍼진 적이 없는 질병이 갇혀있다고 한다.
기후 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는 얼어붙은 땅을 해동시키는 것은 물론 홍수, 가뭄, 산불, 폭염 등 엄청난 재난을 야기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도 가속화시키고 있다. 자연 파괴로 갈 곳을 잃은 야생 동물들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 목축지 등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인간과의 접촉이 잦아지고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 활개를 치게 되는 것이다.
수의학 저널(Veterinary Science)에 따르면, 지난 80년간 유행한 전염병들은 인수공통감염병에 해당하며, 약 70%가 야생동물에 의한 것이다.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SARS)와 최근 유행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옮겨왔다. 반년 이상 엄청난 희생자를 발생시키며 우리를 충격 속에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시 학자들은 해당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인체로 넘어왔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기온이 올라가면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 진드기 등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물론 활동 범위도 거대해진다. 밀림 등에서만 조심하면 됐던 황열병도 도시에서도 걸릴 수 있다. 또 말라리아에 걸리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국에서 모기, 진드기 등을 매개로 한 질병 감염 건수가 불과 13년 만에 3배 증가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전 세계 산업화가 지구 온난화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오랜 기간 화석연료를 이용해 쌓은 산업 시대의 풍요 속에 살아왔으며 여전히 전기, 자가용, 항공여행, 붉은 고기 등 소비를 부추기는 온갖 유혹 속에서 살고 있다.
그 결과 인류는 산업화가 시작되기 전보다 최소한 100배는 더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이어져 생태계 파괴는 물론 바이러스 창궐을 부추기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를 멸망 직전까지 이르게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심각하게 우려한다. 6번 째 대 종말을 예고하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 지구는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의 대멸종 사태를 겪었다. 미국 과학저널리스트 피터 브래넌의 저서 ‘대멸종 연대기’에 따르면 4억5000만 년 전(오르도비스 말기)에는 86%의 종이 소멸했다. 그로부터 7000만 년 뒤(데본 후기)에는 75%가 소멸했다. 이어 1억2500만 년 뒤(폐름 말기)에는 96%, 5000만 년 뒤에는 80%(트라이아스 말기), 마지막으로 1억3500만 년 뒤(백악 말기)에는 다시 75%가 소멸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 대멸종은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가장 악명 높은 경우는 폐름 말기에 발생한 대멸종이었다. 당시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를 5도가량 올렸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온실가스인 메탄이 방출이 가속화됐으며, 일부 종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죽음에 이르고 나서야 종말이 종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