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허창수 회장 등 대표 단체 수장 내년 초 임기 만료
정부·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재계 단체 수장을 선뜻 맡을 경제계 인사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자칫하면, 반(反)기업 규제 및 정책 속에서 기업 상황을 대변할 '대표'가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면서 차기 회장으로 최태원 SK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상의 회장 임기는 3년으로,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박용만 현 회장은 2013년 7월 전임자인 손경식 CJ 회장이 중도 퇴임하면서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2018년 3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하면서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박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는 2017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위상이 추락한 전경련을 대신해 산업계를 대표하는 제1의 경제단체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박 회장은 정부·정치권에 기업의 혁신 활동을 어렵게 하는 규제 혁파 등에 대해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기업들 사이에선 대한상의 차기 회장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박용만 회장과 기업 현안과 경영철학 등에 대한 의견을 자주 나누는 사이다.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두 사람 사이에 사전 교감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SK 측은 공식적으로 회장직 제의를 받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전경련 역시 허창수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 끝나지만, 딱히 후보군이 없는 상황이다. 국정농단 이후 영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나서서 차기 회장직을 맡으려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2년 전에도 전경련은 회장 인선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허 회장이 다시 한번 연임하게 됐다. 허 회장은 2011년 취임한 이후 5회 연속 회장직을 맡으며 최장수 전경련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이번을 끝으로 수장직을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여러 조건을 따져봤을 때 최 회장이 재계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로 보이는데, 최 회장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경련은 우선 현 정부에서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대기업의 정체성을 가장 잘 정의할 수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이전의 위치를 회복하기 위해 차기 회장 인선에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제단체장은 기업 입장을 대변하고, 정부에 쓴소리도 때때로 내뱉어야 하는 만큼, 기업인들로선 상당히 부담되는 자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무역협회 김영주 회장의 뒤를 이을 인물들로 전윤철 전 감사원장, 진념·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원로급 전직 관료들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무역협회 회장의 경우 보통 정부 관료 출신들이 주로 맡아왔다. 김영주 회장 역시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