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지역 지지표 결집으로 불리했지만 정부 전폭 지원·높아진 국가 위상으로 극복"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사무총장 선출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정부는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 선출을 위해 남은 선거 기간 범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WTO 사무국은 8일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2차 라운드 선호도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2차 라운드에 진출한 5명의 후보자 중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Ngozi Okonjo-Iweala) 후보자가 최종 라운드인 3차 라운드에 진출했다.
2차 라운드에서 경합을 벌인 후보자는 △한국 유명희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케냐 아미나 모하메드(Amina Mohamed)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마드 알 투와이즈리(Mohammed Al-Tuwaijri) △영국 리암 폭스(Liam Fox) 등이다.
최종 라운드에 두 여성 후보가 진출하면서 25년 WTO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하게 됐다. 만일 유 본부장이 최종 당선되면 첫 WTO 여성 사무총장이면서 동시에 한국인 사상 첫 WTO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정부는 이번 성과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러시아, 브라질 등 WTO 회원국 정상 간 통화와 주요국 정상에 대한 친서 송부 및 박병석 국회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등 정부와 국회 인사가 유선 협의·면담·서한·현지 방문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유 본부장의 선거 활동을 지원해 온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 본부장 역시 7월부터 10월까지 4차례 제네바, 미국 등 해외 주요 지역을 찾아 현지 지지 교섭 활동을 전개한 점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2차 라운드는 인물보다는 아프리카, 영 연방 등 지역이나 역사적 연고를 기반으로 지지표가 결집해 유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유 본부장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함께 통상 분야의 전문성과 정치적 역량, K방역으로 높아진 국가 위상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아 유럽, 중남미, 아시아·태평양, 중앙아시아 지역 등 지역별로 고르게 WTO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WTO는 2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이달 하순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진행 최종 선호도 조사를 실시, 차기 사무총장 선출시한인 11월 7일 전에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3라운드에서는 후보 2명 중 최종 1명을 컨센서스(의견일치) 방식을 통해 사무총장으로 추대한다. 164개 회원국이 한 명의 후보에 대해서만 선호도를 제시할 수 있다.
유 본부장의 차기 사무총장 선출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결과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두 후보 모두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등 나머지 6명의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파이널 무대에 선 만큼, 역량 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평가다.
유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어온 통상전문가라는 강점이 있다.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현직' 통상 장관이라는 점을 회원국들에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K방역 등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나 범정부 차원에서 유 본부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점 등도 강점이다.
반면, 오콘조-이웰라는 나이지리아에서 두 차례 재무장관(2003∼2006, 2011∼2015)과 외무부 장관(2006)을 역임한 최초의 여성이다. 통상 분야 경험은 없지만, 정치력이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다.
세계은행에서 25년간 근무해 국제무대에서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재무장관 시절인 2012년에는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총재직을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 활발한 행보로 회원국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역대 WTO 사무총장 가운데 아프리카 출신이 없었던 만큼 아프리카 표심이 오콘조-이웰라 후보 쪽으로 결집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164개 WTO 회원국을 지역별로 보면, 아프리카가 40여개국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유럽연합(EU), 아시아, 미주 등의 순이다.
한 통상전문가는 "최종 라운드까지 간 것만 해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면서 "표심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으며 아프리카 내에서도 국가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 표가 결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