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가시화' 구로ㆍ창동 차량기지 일대 집값 탄력
차량기지 내 물류센터 설치설에 '이전 무산' 우려도
철도 차량기지 이전 여부가 아파트 시장을 출렁이게 한다. 차량기지를 이전하겠다는 소식만 있어도 아파트값이 뛰어오른다. 이전이 지지부진한 곳에선 민원이 거세다.
서울 구로구 구로주공2차 아파트는 2년도 안 돼 매매값이 두 배가량 올랐다. 2018년 초만 해도 이 아파트에선 4억5000만 원이면 전용면적 64㎡형을 구할 수 있었다. 1987년 지어진 노후 아파트인 데다 지하철 1호선 구로차량기지와 마주보고 있어 저평가받았다. 현재 이 아파트 전용 64㎡형은 9억 원까지 호가한다. 그해 서울시와 구로구가 차량기지 이전ㆍ부지 개발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게 아파트값 상승 기폭제가 됐다. 여기에 재건축 사업까지 추진되면서 아파트값은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하철 4호선 창동차량기지와 이웃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임광아파트도 차량기지 이전 수혜주로 꼽힌다. 올해 초 7억 원대에도 물건을 찾을 수 있었던 이 아파트 전용 122㎡형은 지난달 11억8500만 원까지 값이 올랐다. 창동차량기지와 나란히 있는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이 경기 의정부시로 옮겨가기로 확정되면서 차량기지 이전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간 차량기지 인접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보다 가격 상승이 더뎠다. 철도가 수시로 오가며 일으키는 소음과 분진 탓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시기지 한복판을 차지한 차량기지 탓에 유기적인 도시개발계획을 세우기 힘들었다. 차량기지 면적이 수십만 ㎡에 이르기 때문이다.
민원이 심해지고 개발 압력이 가중되자 정부와 서울시 등에서도 차량기지 이전ㆍ활용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차량기지가 후보지로 오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부동산 시장에선 차량기지 이전 후 그 빈 땅을 개발하면 일대가 환골탈태할 것으로 기대한다.
창동차량기지의 경우 2025년 이전 후 바이오ㆍ매디컬 단지를 조성, 연구ㆍ산업시설을 유치한다는 게 서울시와 노원구 계획이다. 구로구도 구로차량기지 부지에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컨벤션시설, 지식산업센터 등을 갖춘 '그린 스마트 밸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대가 큰 만큼 차량기지 부지 이전ㆍ개발을 향한 지역 주민 욕구도 강하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내 차량기지 내 유휴시설에 공유형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생활물류 발전 방안'을 지난달 발표하자 후보지로 오른 지역에서 반발이 일었다. 특히 지하철 2호선 신정차량기지 이전을 추진 중인 양천구 목동ㆍ신정동 일대에서 반발이 컸다. 새로 물류센터까지 들어서면 차량기지 이전이 무산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5호선 고덕차량기지 인근 주민들도 교통난이 가중될 수 있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부지는 확정된 게 아니라 후보지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며 "이전하는 차량기지가 있다면 그곳은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량기지 자투리땅에 짓는 만큼 교통 문제도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차량기지가 옮겨갈 대체지를 찾는 것도 과제다. 지금은 대부분 경기ㆍ인천지역까지 지하철을 연장하는 대신 서울 내 차량기지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구로차량기지 이전지로 거론되는 경기 광명시에선 이 같은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노선이 길어지면 경제성 평가에서 좋지 못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난점이다.
김영훈 대진대 휴먼건축공학부 교수는 "차량기지 이전이 바람직한지 일반화해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철도 기능을 저해하지 않는 측면에서 도시 경관이나 소음 등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차량기지는 공간 활용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